‘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이 출간됐다. 29살이나 연상인 여인 수전을 사랑한 19살 소년 폴의 파격적인 사랑과 사랑에 대한 기억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반스의 유일한 연애 소설로 사랑의 시작과 끝을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되짚으며 사랑에 대해 통찰했다. 특히 ‘연애의 기억’에서는 반스가 그동안의 작품에서 탐구해왔던 사랑과 기억에 대한 더욱 치열해진 고민을 확인할 수 있다.
일흔 즈음에 접어든 남자가 50여 년 전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과 맞닥뜨린 일들을 돌이키며 시작하는데, ‘금지된 사랑’의 대명사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19살 남자와 ‘다 닳아버린 세대’를 지나고 있는 중년의 여자 사이에서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치던 순간이 생생하고 아프다.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연애의 기억’은 각 장마다 다른 시점이 등장하는데, 사랑에 대한 클로즈업에서 시작해 점점 멀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법을 택한 점이 사랑과 기억에 대한 속성을 더욱 부각한다. 첫 번째 장에서 폴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1인칭으로 사랑을 했던 당시 그곳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행복이 점자 사라지는 고통을 2인칭으로 물러나 덤덤하게 읊조리며, 점점 더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펼쳐지는 3장에서는 3인칭으로 물러나 사랑의 파국적 상황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조용히 관조한다.
그리하여 ‘연애의 기억’은 가장 강렬했던 단 하나의 기억,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결국 사랑의 본질과 사랑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묻는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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