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서 시작된 오디션 예능의 바람이 지상파에도 불기 시작했다. 식상한 소재로 전락해버린 줄 알았던 ‘오디션 예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2010년대 초반, 오디션 프로가 예능프로그램의 흥행 키워드로 떠올랐던 때가 있었다. 2009년 첫 시즌을 선보인 Mnet ‘슈퍼스타K’가 엄청난 화제성과 함께 흥행에 성공하면서 각 방송사에서는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역시 오디션 프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MBC와 SBS는 가수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위대한 탄생’과 ‘K팝스타’를 론칭해 시리즈 오디션 예능을 탄생시켰다. 두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뿐 아니라 매 시즌마다 출연자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오디션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KBS는 일반적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대신 독특한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었다.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밴드’, 기존 아이돌들의 재기를 위해 ‘내 생에 마지막 오디션’, 최고의 스타견을 뽑는 애견 오디션 ‘슈퍼독’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경쟁사들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도전적인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성기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선두주자로 나선 프로그램들이 성공하자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졌고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꼈다. 저마다 참가자 기준, 오디션 종목 등을 달리하며 신선함을 꾀했지만 결국 서바이벌을 통해 스타를 발굴한다는 공식이 반복됐다.
결국 지상파의 시리즈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차례로 막을 내렸다. 시즌1에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위대한 탄생’은 점점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결국 시즌3 만에 막을 내렸다. 비교적 시즌 내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었던 ‘K팝스타’ 역시 지난해 시즌6을 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1세대 오디션 예능들이 연이어 퇴장하면서 한동안 지상파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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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년 하반기, 개편에 돌입한 지상파가 다시 오디션 예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아이돌 메이킹’에 주력한 Mnet ‘프로듀스 101’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상파 역시 10대들에 초점을 맞춘 젊은 오디션 예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더유닛’으로 일찌감치 오디션 예능의 부흥에 합류한 KBS 국내 최초로 10대들의 댄스 배틀을 그린 ‘댄싱하이’를 론칭했다. 지난 7일 첫 방송 된 ‘댄싱하이’는 10대 댄서들이 다섯 명의 코치진들과 팀을 이뤄 무대를 꾸미고 서바이벌을 통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MBC는 오는 11일 남자아이돌 그룹 탄생을 목표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을 선보인다. ‘언더나인틴’은 랩, 보컬, 퍼포먼스 등 각 파트 별 최강자를 뽑아 차세대 아이돌을 결성하는 프로그램으로 10대 소년들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SBS 역시 11월을 목표로 오디션 프로그램 ‘더팬’을 기획 중이다. ‘K팝스타’의 박성훈 PD와 ‘판타스틱 듀오’ 김영욱 PD가 뭉친 ‘더 팬’은 심사위원과 지원자가 아닌 ‘팬’을 위주로 진행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가장 활발한 ‘팬’ 문화가 10대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더팬’ 역시 10대들에게 가까운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많은 오디션 예능은 반복되는 형식뿐 아니라 편집, 출연자의 인성 등 여러 가지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한 번의 전성기를 지나온 만큼 오디션 예능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한층 날카롭고 높아졌다. 그 기대를 충족할만한 수준 높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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