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통계를 보면, 주거 마련 부담, 결혼 비용 등 경제 사정에 따라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족이 많아짐에 따라 지난해 혼인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더불어 출산율은 OECD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비혼에 대한 문제를 이젠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 프랑스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방과 후 아이 본인의 기분에 따라 엄마나 아빠 집을 골라서 하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조금 이상해보일 수 있는 풍경이 프랑스에서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는, 한국은 결혼과 출산이 필연적 연관성을 가진다고 믿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인이 굳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프랑스의 합법 동거 제도인 ‘팍세’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은 팍세도 결혼과 동급으로 여기며 서로의 사랑을 국가의 허락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최근 인문학 전달자 ‘조승연’ 작가의 신작 <시크:하다>에서 프랑스인의 이‘시크함’을 이해하려면 그들에게 가족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문화적 전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가족 관계는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와 권리라는 묵직한 사슬에 묶여 있는 한국과 달리 점차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중요시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있다.
조승연 저자는 6년간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편안함, 삶과 죽음, 우정, 음식, 가족, 육아, 성공, 사랑 등에 대한 삶의 태도를 8가지 주제로 정리하여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시각을 비교함으로써 행복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프랑스인의 삶의 태도는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 할 삶의 모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소확행 열풍에 동참하고 싶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행복에 관한 프랑스인의 남다른 생각에 관하여 귀 기울여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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