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인 연기하는 연기자는 살인 미수로 잡아 넣어라.”
13일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 배우 조덕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미투’논란이 올해 초 연예·공연계로 확산되면서 가장 큰 논란으로 불거졌던 조덕제의 유·무죄 여부가 이날 재판에서 최종 결론내려진다.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해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날 오후 3시 10분 대법원은 배우 조덕제의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남편이 부인을 강간하는 장면에서 합의하지 않은 채 여배우 A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12월 1심에서는 무죄, 2017년 10월 2심에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이후 조덕제의 상고가 받아들여져 사건 이후 만 3년 만에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 사건 핵심은 ‘촬영장 특성’과 ‘사전에 논의했는가’ 여부
조덕제를 향한 ‘미투’ 고발은 의혹이 많았다. 가장 큰 논점은 ‘촬영장에서 성추행이 가능한가’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는가’ 여부였다. 조덕제와 배우 A씨는 서로의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다. 지금까지도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조덕제는 서울경제스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감독이 남자배우와 짜고 조감독, 촬영, 음향, 조명 등 스태프도 모르게 이런 촬영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란 질문을 내가 던지고 싶다”며 “콘티가 다 배포됐고, 리딩하면서 배우와 감독, 여배우 소속사 대표, 매니저들까지 모두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후(1심 재판 이후) 여배우와 여성단체는 ‘긴장성 부동화’란 말로 이를 설명하려 했지만, 이 또한 해당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며 “실제 영상을 보면 경직되지 않은 여배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여성단체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씨가 갑자기 영화계의 관행, 영화계 내의 여성 문제, 영화계 내부의 비합리적인 상황과 부조리를 고발했다는 주장이다. 당시를 생각하며 그는 “죽음을 통해 결백을 밝혀야 하나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 메이킹필름, 증거능력 있나
사건의 전 과정을 담은 메이킹필름 영상 분석은 그에게 유리했던 1심과 달리 완전히 뒤바꼈다. 모 영상공학 박사는 한 매체의 의뢰로 시간별 영상 캡처본을 확인한 뒤 ‘조덕제의 손이 여배우의 하체에 닿기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A씨의 의뢰로 영상을 감정한 결과, ‘조덕제의 손이 여배우의 하체에 닿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레임’을 여섯 차례 발견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조덕제는 1월 공식입장을 내고 “의뢰인인 A씨가 제공한 상해 진단서를 바탕으로 다시 영상을 검증하신 것 같은데 이는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그 진단서는 사건발생 5일 후 경기도 이천의 의원급 병원에서 여배우가 구술한 대로 성추행을 방어하다 생긴 상처라며 발급해준 2주 상해 진단서였기에 재판부에서 증거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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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상에는 A씨가 있는 자리에서 감독이 연기 지시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뽀뽀하려 하면 이를 뿌리치라고, 그러면 내가 기분이 상해서 A씨를 폭행하고 강간하게 되는 구조”라며 “뽀뽀를 하려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고 이게 성추행인가. 이런 분은 그럼 연기를 하지 말아야죠”라고 덧붙였다.
조덕제는 영상을 분석한 또다른 범죄심리학자의 분석도 비판했다. 그는 “B교수님은 ‘강제성을 띄고 입맞춤하는 장면에서 A씨가 손을 밀치자 기분상한 모습을 보인다. 조덕제는 그 이후 감정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력 독단형 성폭력범’ 혹은 ‘착취적 성폭력범’ 유형으로 분석했다”며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메이킹필름 촬영 기사의 증언도 의혹을 키웠다. 그는 “영상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 필름을 조덕제와 상대 배우에게 보여주면 오해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여배우는 ‘영상의 존재를 몰랐다가 2심이 끝난 뒤 알았다’고 인터뷰했다. 왜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영상을 보내주겠다고 한 메시지도 있다”고 말했다.
▲ 네티즌 “진술 한마디에 성추행 연기가 진짜로 둔갑”
일각에서는 2심 판결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2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봤을 때 피고인이 계획적, 의도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기 보다 순간적, 우발적으로 흥분해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인다. 그러나 추행의 고의가 부정되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네티즌은 “성추행 연기를 하라고 해서 성추행 연기를 했다고 성추행으로 고발된 해괴한 사건. 사전에 합이 맞춰진 상태에서 연기했을 뿐인데 ‘니가 한건 연기가 아니라 성추행이야’ 진술 한마디에 진짜 성추행으로 둔갑한 사건”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보배드림 성추행 사건’ 등과 연관지어 “여자의 목소리는 증거고 남자의 목소리는 반성하지 않는 가중처벌”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조덕제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법원에서 무려 9개월을 들여다보았다면 분명 2심 판결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마음대로 낙관적인 생각을 가져본다”며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결을 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운명의 종은 울릴 것이다”라고 마지막 입장을 전했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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