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타났지만 현 단계 확산위험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보는 13일(현지시간) 제네바 본부에서 “이번 메르스 확진 후 한국의 대응은 매우 잘 됐다”며 “확산위험이 제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전염병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메르스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더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본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효율적인 조치들이 취해졌다. 환자 격리, 접촉 위험군 선별, 감시 등 한국 보건당국이 취한 조치들은 적절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하며 정보를 공개하고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국민에게 알린 것도 조기에 진정 국면을 맞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한국과 WHO의 협력 방안에 관련해 “쿠웨이트에 WHO에서도 조사팀을 보내기로 했고 한국 전문가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한국은 WHO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걸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쿠웨이트 보건당국이 한국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자국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고 WHO와 한국 전문가들이 곧 현장 방문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쿠웨이트에서 메르스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고 확진자 보고도 없었지만 한국의 확진자는 어디선가 메르스에 노출됐다. 바닥부터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안 반 커크호브 WHO 메르스 전문가는 “쿠웨이트에서 추가 감염자가 있는지 추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경험과 확진자에 대해 가진 정보가 현지 조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WHO 소속으로 현장 조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마리안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2015년 이후 사태 관리, 인력 훈련, 정보 제공, 감시 체계 구축, 연구 시설 등 한국에서 이뤄진 변화는 놀라웠다”고 밝혔다.
라이언 차장보는 전염병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 신중하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미디어는 여론의 우려를 반영한다. 미디어는 정말 중요하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이고 팩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정확한 수준의 우려를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팩트를 전달해야 하는데 정부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확히 사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걱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우리도, 미디어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마리안은 “집, 직장에서 일상적 접촉으로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환자와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 병원 시설에서 훨씬 감염 확률이 높다면서 보건당국, 병원과 협력해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는 2012년에 발견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백신 개발에 대한 소식은 없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전염병이다 보니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백신 개발에 기업들이 착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리안은 “어려운 질문인데 백신이 개발될 것이다. 메르스는 단봉낙타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데 낙타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게 백신 연구를 하고 있다. 동물 백신은 많은 투자가 없는 게 현실이지만 회원국들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낙타에서 흔하지만, 낙타를 병들게 하지는 않는다”며 당장 낙타에게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동물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연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