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탈 장면을 연기하라 해서 열심히 했더니 성추행범이 됐다” 배우 조덕제의 대법원 유죄 판결 이후 쏟아져나오는 비판이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배우 반민정에 대한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에 대한 원심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조덕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남편이 부인을 강간하는 장면에서 합의하지 않은 채 여배우 A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지난 3년여간 재판받아왔다.
그는 판결 이후 자신의 SNS에 문제가 된 영상을 직접 공개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냈다. 장문의 글과 함께 공개한 47초 가량의 영상에는 해당 신의 촬영장면이 담겼다.
영상에서 조덕제는 반민정에게 키스하려다 거부당하자 왼쪽 어깨 부분을 주먹으로 밀치고 대사를 이어간다. 남편이 술 취해 강압적으로 아내를 겁탈하는 신이지만, 폭행하는 부분에서 조덕제가 망설이다 차마 때리지 못하고 마지막에 밀치듯 하는 모습이다.
그는 서울경제스타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다른 감독도 ‘나 같으면 이 신을 안 쓴다’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배우를 때리지 않은 게 영상으로 보면 보이니까”라며 “그런데 여배우(반민정)는 ‘아파서 쓰러져서 연기를 못 할 정도였다’ 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고 억울함을 전했다.
조덕제는 영상과 함께 올린 글을 통해 “내가 연기를 한 것인지 저들 주장대로 성추행을 한 것인지 보시고 판단해 달라”며 “여배우(반민정)는 내가 처음부터 연기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성폭행을 하려 했다며 증거로 이 촬영 장면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어 “이를 근거로 검사는 공소장을 변경했다. ‘조덕제는 작정하고 실제로 주먹으로 제 어깨를 때렸습니다. 저는 너무나 아파서 그 자라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연기가 아니라 성추행이었습니다.’ 여러분, 내가 연기를 한 것인지 저들 주장대로 성폭행을 한 것인지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여배우(반민정)는 공대위 호위무사들을 도열시켜놓고 의기양양하게 법원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내 말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했다”며 “비록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으로 최종 인정했지만 나는 연기자로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영상을 처음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판결 직후 반민정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남배우A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은 이학주 변호사,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남순아 한국독립영화 협회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반민정은 “조덕제의 행위,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라며 “40개월 동안 건강도, 삶의 의욕도 모두 잃었다. 내가 살아낸 40개월이, 그리고 그 결과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덕제가 나에 대해 언론, 인터넷, SNS에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명백히 거짓이고 허위”라며 “이제 내가 자신을 밝히고 남아있는 다른 법적 싸움을 열심히 하는 방식으로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