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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허가받은 예멘인들 "한국민에 감사…고국 평화 이루면 돌아갈 것"

올해 대거 입국 ‘난민 찬반’ 갈등 불러와…남은 458명 내달 결론

예멘인 난민신청자들 23명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1년 간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한국민에게 감사합니다. ‘코리안, 베리 나이스 피플!’”

14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환한 얼굴로 나오는 예멘인 A(43)씨가 연신 감사인사를 했다.

A씨는 아내와 처제 2명, 딸 2명과 같이 지난 4월 제주에 왔다.

그 이후 5개월 만에 가족 모두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내 체류를 허가받았다.

A씨는 열한 살과 여덟 살 된 두 딸이 그간 학교 공부를 하지 못한 점이 내내 걱정됐다.

그는 “딸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려고 한다”며 “그곳에서 일하며 생계비를 벌면서 예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딸을 포함, 6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B(41)씨도 제주도에만 머물도록 한 ‘출도 제한’이 체류허가자에 대해 해제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B씨는 “서울에 한국인 친구들이 있는 데다 전공인 컴퓨터 엔지니어링 관련 일이 많아 서울에서 그와 관련된 직업을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1월 초부터 예멘인들의 대거 입국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 4월 30일 제주 체류 예멘인들에 대해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그러면서 음식점과 1차산업에 국한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 많은 예멘인들이 취업 활동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제주에 체류한 예멘인 480여명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만 겨우 일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인 고용주들과의 마찰로 해고되거나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

예멘인 난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갈수록 높아져 찬·반 갈등이 국내에서 빚어졌다.



이번에 23명이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으나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예멘인이 더 많다.

도내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신청 포기자 3명 포함) 가운데 440명은 면접심사가 완료됐다. 이번에 인도적 체류허가가 내려진 23명 이외의 417명에 대서는 신원 조회가 진행 중이다.

아직 면접이 이뤄지지 않은 40여명은 10월까지 면접 및 신원 조회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 C(43)씨는 “아직 사촌 형제 2명이 제주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사촌들도 좋은 결과가 나와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고국의 평화를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멘인 난민지원 단체 한 관계자는 “난민인정이 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내달 제주에서 난민 신청한 전원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만큼 그 결과를 더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1차로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으나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는 예멘인 23명에 대해 엄정한 절차를 거쳐 이날 난민법 제2조 제3호에 따라 인도적 체류허가를 부여하고 제주도 출도 제한조치도 해제하기로 했다.

출도 제한이 해제되면, 이들 스스로 상황에 따라 제주도 출도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에게 부여된 체류허가 기간은 모두 1년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앞으로 예멘 국가 정황 등을 살핀 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국가 정황이 좋아지면 체류허가가 취소되거나 더는 연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 체류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미국도 지난해 9월 이후 예멘을 포함한 8개국 국민 입국을 제한하고 있으나 예멘 내전 상황 등을 고려해 약 1,250명의 예멘인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와 유사한 조치인 ‘임시보호지위’를 부여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번 1차 심사 과정에서 깊이 있는 면접과 사실조회, 신원 검증, 마약 검사,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 엄정한 검증절차를 거쳤으나, 특이 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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