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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안시성’ 조인성이 왜? “물음표에서 시작한 사극...중압감 컸다”

220억 대작 사극영화에 도전장 내민 이유

"고구려 역사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영화로 기억되길"

“‘안시성’ 언론시사 후, ‘천만다행이다’고 느꼈어요. 작품을 선택하고 스스로 그런 중압감에 시달렸어요. 아직 끝나지 않았죠. 산 하나 하나를 넘는 기분으로 나가고 있어요.”

‘안시성’ 조인성이 5천명의 소수 군대로 20만 대군의 당과 싸우며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전장에서는 냉정함으로 무장하지만 안시성민들에게는 따뜻한 정을 나누는, ‘냉’과 ‘온’을 오가는 리더상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담은 액션 영화다. 그 동안 스크린에서 깊게 조명하지 않았던 고구려 시대로 시선을 향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스스로도 양만춘 장군 역할에 어울릴까 하는 의문,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영화의 주인공이란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1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그동안 영화 쪽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고구려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 끌렸다”며 ‘안시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잊혀진 승리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그는 “고구려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슬슬 제작 되고 기획이 된다는 소식에 ‘그럼 내가 첫 번째로 도전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조인성이 무게감이 있는 장군 역할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인성 본인 역시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반응들도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스스로 편견에 갇히는 걸 거부했다. ‘물음표’에서 시작된 고민은 ‘도전’으로 굳어졌다.

“편견에서 시작했던 작품입니다. 저도 고정관념이 있으니까요. 장군이라면 ‘명랑’의 최민식 선배, ‘불멸의 이순신’ 속 김명민 선배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이미지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있잖아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망설여지진 않았어요. 조폭 영화 ‘비열한 거리’ ‘쌍화점’ 때도 이런 반응을 받으며 도전했거든요. 제 자신부터 편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매번 재벌 2세 역할이나 백마 탄 왕자님의 모습에 갇혀서 자기 복제만 하다 끝날 순 없잖아요. 그럼 도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도전의식’을 불태웠지만, 그럼에도 2번을 거절했다고 한다. 220억 대작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2번 정도 거절을 했어요. 장군 역할을 제안하셔서 ‘나한테 왜 이러시나?’라고 처음에 반응했다면, 220억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말에 ‘더더욱 어쩌자고 그러시는건지?’라고 반문했어요. 제작사 NEW에서 첫 제작하는 대작 영화라는 설명에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

“ 제작진의 의도는 ‘새롭게 만들고 싶다’ 였어요. 사극이라면 올드함이 먼저 떠오르는데, 우리는 왜 젊게 만들지 못하는 물음표가 있잖아요. 고대사가 주는 엄숙함과 무게감이 아닌, 굉장히 신선하고 젊은 사극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장군이나 성주의 나이가 제 나이 정도 된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노장으로 분류가 된대요. 거기서 제작진의 의도에 공감했습니다.”







대작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은 조인성의 뚝심으로 완성됐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은 연개소문의 쿠데타에 동의하지 않아 나라에서 반역자라 불렸다. 반역자로 불림에도 당 태종과 싸워서 자신을 증명해낸 인물.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배우 조인성의 인간적인 결도 영리하게 녹여냈다.

조인성은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부터 출발했다. 낮은 자세에서 뜨겁게 민중의 일을 하는 리더를 만들어 보려 했다.”고 털어놨다.

“반드시 이게 올바른 리더의 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덜 권위적이고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공감 가는 성주의 모습을 그려내려고 노력했어요. 나는 과연 어떤 사람에게 무릎을 꿇고 내 목숨을 걸까,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그게 목소리나 외형적인 건 아니더라고요. ”

“‘카리스마’라는 게 신께서 준 능력이라고 했을 때,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그 사람의 기지를 보는 것이잖아요. 지혜. 혜안, 부드러움, 공감도 있겠죠. 거기서 전 ‘공감’을 선택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제가 (배)성우 형, (엄)태구, (남)주혁과 관계 맺는 걸 영화 안으로 끌고 올 수 있었어요 .제가 판단해야 할 사안들이 주연배우들에게 주어지는 게 있어요. 친구처럼 지내다가,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때?’ 이렇게 의견을 물어보는 모습을 영화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이질감 없이 우리 현대 모습에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고구려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조인성은 “‘안시성’을 시작으로 고구려 사극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기에 ‘안시성’이 조인성 주연의 영화로 기억되기 보다는 ‘양만춘’ ‘연개소문’ 등 고구려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더 알아갈 수 있는 영화로 기억되길 원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저란 배우에 대해 표현하기 보다는, 포탈 검색창에 ‘양만춘’을 쳐봤으면 해요. 제가 양만춘의 완전체가 아니잖아요. 고구려 역사가 마음이 아픈데, 고구려 역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양만춘이 이런 인물이었대. 연개소문이 이러 이러한 일을 했다는 것에 조그마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국민적인 힘 아닐까요. 이 영화를 통해 고구려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명당’ ‘협상’ ‘물괴’ 등 추석 극장가 대전을 앞둔 소감에 조인성은 영리하게 답했다. ‘안시성’의 명 대사가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의 입에서 비장하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항복이라는 걸 배우지 못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 게 아니다. 추석 극장가 한국 영화들이 다 좋은 성적을 얻었음 해요. 그게 영화계에 다 좋은 일 아닐까요. 하하.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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