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자신감과 경기력이면 우즈, 매킬로이랑 붙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15일 3라운드를 마친 뒤 거침없이 던진 박상현(35·동아제약)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동반자를 압도한 예리한 샷과 퍼트에다 마법 같은 위기관리 능력까지 뽐낸 그는 난도 높은 코스를 맘껏 요리하며 정상까지 질주했다.
박상현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 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수집했다. 박상현은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1·7,25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로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2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그는 2위 스콧 빈센트(짐바브웨·17언더파)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6월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한 박상현은 이로써 2007년 김경태(32)와 강경남(35) 이후 11년 만에 KPGA 투어에서 한 시즌 3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통산 8승째. 무엇보다 생애 첫 상금왕 타이틀에 한 걸음 다가서 것이 큰 수확이었다. 박상현은 30억원이 넘는 생애 총상금으로 KPGA 투어 1위를 달리는 간판선수지만 상금왕과는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날 2억1,600만원을 받은 그는 시즌상금 7억9,006만원을 쌓아 1위 자리를 굳건히 하며 상금왕 도전의 든든한 밑천을 계좌에 넣어뒀다. KPGA 투어 시즌 폐막까지 4개 대회가 남은 가운데 박상현은 상금 2위 이태희와의 격차를 약 4억원으로 벌렸다. 지난해 김승혁이 세운 시즌 최다 상금 6억3,177만원도 경신했다.
박상현의 우승 스코어 22언더파는 34회를 맞은 이 대회 역대 72홀 최소타다. 국내 대회 개최지 중 난코스로 꼽히는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나흘간 보기는 단 2개로 막고 무려 24개의 버디를 쓸어담은 그는 나흘 내내 공동 선두를 포함해 1위 자리를 유지, 2007년 최경주(48) 이후 11년 만에 이 대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기록도 보탰다.
이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 안병훈(27·CJ대한통운)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박상현은 비가 내린 가운데도 1~3번홀 연속 버디를 솎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 5, 7, 9, 11번홀 징검다리 버디를 보태면서 5타 차의 여유를 누렸다. 3번홀(파3)에서는 그린 주변 벙커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은 그는 10번홀(파4)에서는 티샷으로 왼쪽 러프의 여성 갤러리를 맞히고 장갑에 사인을 해서 선물한 뒤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세 번째 샷을 홀 50cm에 바짝 붙여 파를 지켰다. 안병훈이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빈센트가 경쟁자로 떠올랐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3위였던 빈센트는 4라운드 15번홀까지 7타를 줄이며 압박했지만 박상현은 빈센트가 먼저 버디를 기록한 15번홀에서 버디로 응수했다. 16번홀(파4)에서 승부를 걸려던 빈센트가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거리는 다시 5타 차로 벌어졌다. 17번홀(파3) 10m 가량의 파 퍼트마저 홀에 떨군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을 파로 마쳐 이틀 연속 ‘노 보기’ 플레이로 완승을 장식했다. 박상현은 경기 후 “우승상금 중 1억원을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 환우 돕기에 쓰겠다”고 밝혔다.
PGA 투어 BMW 챔피언십을 마치고 12일 귀국해 곧바로 이 대회에 출전한 안병훈은 2타를 잃고 공동 8위(11언더파)로 마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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