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인천역 북광장에 퀴어축제가 개최되는 과정에서 성(性)소수자 단체와 인천시 동구가 갈등을 빚은 가운데 광장 사용에 대한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
인천시와 동구는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에 대한 조례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시와 구 당국은 인천지역 광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인천시 조례안’과 동인천역 북광장을 대상으로 한 ‘동구 조례안’을 놓고 어떤 조례를 제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조례에는 광장 사용에 따른 안전요원과 주차장 등 행사 개최 기준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조례는 지난달 10일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동인천역 북광장에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겠다며 동구에 광장 사용을 신청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앞서 동구는 해당 축제가 2,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의 행사인 만큼 안전요원 300명과 주차장 100면을 마련해달라고 조직위에 요청한 뒤 광장 사용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조직위는 안전요원과 주차장 기준은 어떤 조례에도 없는 데 광장 사용 신청 자체를 받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섰다. 동구가 끝내 신청을 받지 않자 조직위는 경찰이 접수한 자신들의 집회신고를 근거로 이달 8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축제를 개최했다. 그러나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 및 시민단체와 대치하면서 이들 단체 회원 등 8명이 집회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동구 관계자는 “광장 사용 신청 반려로 빚어진 논란은 성 소수자 차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민간행사 개최에 따른 행정상 기준이 명확지 않아서 빚어진 것”이라며 “서울시의 광장 사용 조례 등을 참고하는 등 지역에 맞는 조례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직위는 퀴어축제 당시 종교·시민단체가 법을 어기고 축제를 방해했으며 경찰은 이를 방조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경찰에 신고한 대로 축제를 진행했지만,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경찰에 신고한 집회 장소를 벗어나 축제 참가자들을 막거나 다치게 했다”며 “그러나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지 않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퀴어축제 참가자 피해 사례가 모두 모이는 대로 종교·시민단체와 경찰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며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 조례 추진에 대한 대응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퀴어(Queer)문화축제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전국 각 지역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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