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2016년 송창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공대·자연대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2,705명과 1,363명을 각각 조사한 결과 공대 출신의 취업률은 72.5%, 자연대(이과대) 출신은 64.0%에 그쳤다. 4명 중 1명은 박사학위 취득 후 2년이 지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경영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이 박사학위 소지자보다는 학부생을 선호하자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지식을 쌓는 대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변리사나 변호사로 경로를 트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한변리사협회에 따르면 해마다 배출되는 합격자 200여명 중 30명에 불과했던 공대 재학생 비율은 최근 50~80명까지 늘어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2년 내 전체 합격자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공대 재학생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변호사 업계도 최근 대형 로펌들이 거액을 주고 공대 출신 변호사 채용을 늘리고 있어 로스쿨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느는 추세다.
대체복무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점도 이공계 학생들의 국내 대학원 진학 기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6년부터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제도를 완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교육부의 반발로 시행이 유예됐지만 이공계 학부생들 사이에서는 석·박사학위 도중에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올 초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KAIST·포스텍 대학원생 1,5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전문연 제도가 박사과정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절반가량의 대학원생들은 “전문연 제도가 폐지되면 해외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곽 교수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전문연은 큰 메리트”라면서 “전문연의 문턱이 더 높아질수록 이공계 학생들의 대학원 기피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