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의 요람으로 꼽히는 서울대 공대·자연대의 올해 대학원 지원자가 처음으로 동시에 미달했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 대한 기업들의 채용이 예전 같지 않고 국가 차원의 이공계 인력 지원마저 시들해지면서 대학생들이 이공계열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이공계 석·박사 과정을 꺼린다는 것은 결국 국내 4차 산업혁명 동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했던 ‘이공계 위기론’이 현실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학년 전후기 서울대 공대·자연대 대학원 석사, 박사, 석·박사통합과정 입학 경쟁률은 각각 0.88대1, 0.95대1에 그쳤다. 국내 이공계를 이끄는 양대 단과대 지원자가 모두 미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달 전공도 무더기로 나왔다. 올해 후기 석·박사통합과정을 보면 공대는 전체 15개 전공 중 절반이 넘는 8개에서 대거 미달했고 자연대는 13개 전공 중 7개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조선·에너지 등 기존 주력 제조업의 정체와 정부의 이공계 지원 홀대가 이번 초유의 동시미달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의 경우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공대·자연대 석·박사 채용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 역시 과학기술 연구비 증액에 미온적이고 병역특례 등 이공계의 혜택을 잇달아 줄인 점도 이공계 인재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공계 학사만 양산되는 현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이공계의 전문화된 고급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미달 사태는 한국 과학기술 인재 공백의 심각성에 대한 방증이라는 탄식도 나온다. 박경미 의원은 “우리나라의 이공계 인재 양성에 켜진 적신호가 예사롭지 않다”며 “국가 미래와 직결되는 이공계 석·박사 연구자 부족사태를 해결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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