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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vs 중·러, 대북제재 놓고 안보리서 '정면충돌'

美 "아직 제재 완화할때 아냐" VS 중·러 "압박만으로 해결 불가"

유엔 로고/서울경제 DB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둘러싼 충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월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17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표면화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교착 중인 가운데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 지속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요구해왔다. 이 같은 갈등이 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 채택을 놓고 분출된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리는 원래 대북제재위 소속 전문가 패널이 제출한 보고서를 이달 초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가 제재위반 내용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며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미국도 러시아의 압력으로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제재위반 부분이 삭제된 수정안이 나왔다며 수정 보고서의 채택을 반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9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은 미국이 ‘비확산과 북한’을 주제로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는 제재위반 행위는 물론, 제재 완화 주장에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미국의 의지 표명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날 안보리 회의가 18~20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이를 통한 남북경협 가속화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섞인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이를 속여왔다면서 러시아를 매개로 제재위반 행위에 대한 맹비난을 퍼부었다. 러시아 국민이나 관련 단체 등이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북한에 정제유 등 금수품목을 이전하는 데 관여했고, 러시아가 묵인, 방조 혹은 지원했다는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러시아가 자국산 석탄 수출을 위해 북한과 철도를 연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으로까지 연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아무리 수익이 나더라도 아직 북한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제재 지속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안보리 회의와 관련해 “미국은 오늘 북한에 대한 제재 및 러시아의 적극적인 제재 준수 약화 시도를 논의하기 위해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다”며 “전 세계적인 제재는 비핵화 달성을 위한 노력에 있어 필수적 부분”이라면서 제재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 14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화를 위해서는 제재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 관련 패널 보고서에 대한 ‘수정 압력’ 논란이 빚어진 러시아를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만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론하며, 헤일리 대사에게 “장애물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또한, 마차오쉬(馬朝旭) 유엔주재 중국 대사도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적인 결과 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해 제재에 대한 거부감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북제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며, 대북제재 이완현상도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는 계속 대북제재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6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실패로 돌아갔다. 또한, 미국도 북한이 안보리 제재 상한을 위반해 정제유를 밀수입했다며 대북제재위가 북한에 대한 올해 추가 정제유 공급금지 조치를 취하도록 지난 7월 요청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6개월간 검토 시간을 달라며 실질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외에도, 지난달에는 미국이 대북석유 불법 환적을 한 혐의로 러시아 기업과 해당 선박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시도했지만 러시아가 반대하며 무산된 바 있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갈등 속에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유엔 제재를 지속해서 위반하고 있다는 의견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유엔 로즈매리 디카를로 정무담당 차관은 이날 안보리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 개발하고 있다는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대북제재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에 무기를 밀매한 사례가 포착됐다면서 한 시리아 무리 밀수업자가 예멘 후티 반군에 탱크, 로켓추진수류탄(RPG), 탄도미사일 등 북한 무기를 구매하도록 중개했고, 수단에는 북한 대전차시스템 거래를 중개한 증거가 있다. 그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 선박을 통해 북한의 연료 수입이 증가했고, 감시를 피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석탄수송이 이뤄진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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