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환영하기 위해 북한은 수만 시민을 동원하고 카퍼레이드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에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숙 여사와 리무진에 올랐다. 그러나 평양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는 입구인 서성구역 버드나무거리부터 김정은 위원장과 무개차에 동승해 연도 환영을 받았다. 이날 연도 환영은 순안공항-3대혁명전시관-영생탑-려명거리-금수산태양궁전-백화원영빈관까지 수 킬로미터 이어졌다. 정장과 한복 차림의 평양 시민들은 도로에 늘어서 꽃과 인공기·한반도기를 흔들며 ‘조국통일’을 외쳤다.
문 대통령 부부가 탄 차량은 3대혁명전시관 주변에서 멈춰 섰다. 한복 입은 젊은 여성이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다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를 받았다. 두 정상은 한동안 걸어가면서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이어 무개차에 김 위원장과 함께 탔다. 21대의 오토바이 호위를 받으며 무개차에 오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 시민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계속 손을 높이 흔들며 좌우에 늘어선 환영 인파 얼굴 하나하나 살피는 모습이었다. 퍼레이드 도중 두 정상은 종종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남북 정상은 북한 정권의 성과물을 전시한 3대혁명전시관을 뒤로한 버드나무거리를 출발해 지하철역인 전우역과 지하철도사적관인 ‘전승혁명사적관’이 있는 룡흥사거리쪽에서 려명거리로 향했다. 려명거리는 김정은 체제 들어 2016년 새롭게 화려하게 조성됐다. 려명거리 주변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이 위치한다. 이곳은 김일성 주석의 생전 집무실 및 저택이다. 때문에 려명거리 조성 이전에는 김 주석을 찬양하는 ‘금성거리’로 불렸다.
려명거리를 지나면 울창한 수림 속에 문 대통령이 방북기간 묵게 될 백화원영빈관이 자리한다. 백화원영빈관은 북한을 찾는 국가수반급 외빈 숙소로 사용되는 곳이다. 2000년과 2007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모두 이곳에 묵었다.
문 대통령의 이동 경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도 환영 거리와 비교하면 짧은 거리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버드나무거리에서 평양도심까지 두루 돌아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의 경우 평양 도심 무개차 퍼레이드를 생략했는데, 평양 도심을 다 거치기에는 거리와 시간에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무개차 연도 환영은 외국의 국빈급 국가수반을 위해 행해진다. 북한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60만 평양시민을 동원해 연도 환영행사를 치른 바 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순안공항에서 직접 김 대통령과 함께 리무진에 올라 숙소인 백화원영빈관까지 갔다. 당시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에 무개차 퍼레이드를 준비했으나 남측 경호 문제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원래는 무개차를 이용하려 했는데 남측 반대로 하지 못하게 돼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무개차에 올라 환영을 받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집권 시기 방북한 외국 대통령을 연도에서 자주 환영하곤 했다. 그러나 김정일 집권 시기 무개차 퍼레이드는 2001년 9월 방북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가 유일하다. 북한이 남측 대통령들을 특별하고 최선을 다해 예우하고 있는 셈이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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