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 경비원이 화재경보기에 연결된 수신기를 고의로 끈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인천지방경찰청 사고수사본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세일전자 안전담당자 A(31)씨와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 B(49)씨,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 C(57)씨 등 3명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전했다.
특히 C씨는 당시 화재로 경보기가 울리자 경비실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와 대피 안내방송 등을 모두 차단할 수 있는 복합수신기를 껐다. 경찰에서 C씨는 “과거 경보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평소 경보기가 울리면 곧바로 끄고 실제로 불이 났는지 확인했고, 화재가 발생한 당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수신기부터 껐다”고 말했다. 경찰은 세일전자 측이 평소 경비원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했다고 보고 회사 대표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오후 3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9명이 사망하고 6명은 다쳤다.
사고 발생 두 달 전인 6월 한 민간소방시설업체가 세일전자 건물 4층 소방설비에 문제가 없다는 소방점검 결과를 내놓아 부실 점검 논란도 일었다. 점검 당시 이 업체는 공장 건물 1층 분석실 등 2곳에 화재감지기 설치가 미비하거나 교체가 필요하다는 등 1~3층에서 7건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화재가 일어난 4층에서는 단 한 건도 지적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따르면 세일전자 화재는 건물 4층 외부업체 대표 사무실 천장 위쪽 공간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선이나 케이블이 누전되거나 끊어져 처음으로 불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과수 감정 결과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프리액션 밸브 신호는 전송됐으나 실제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뿌려지지 않았다”며 “스프링클러와 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가 급속히 확산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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