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기준 건설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 증가해온 국내 건설 계약금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해외 건설 계약금액은 5년 연속 큰 폭으로 줄었다. 2016년까지는 해외 수주가 줄어들어도 국내 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잘 버텨왔지만 해외 사업의 손실을 완충해주던 국내 건축토목시장마저 침체하며 건설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의 사회 인프라 투자 축소와 부동산 규제는 건설 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수주부터 준공까지 2~3년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되는 건설업의 특성상 위기의 징후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건설 업계의 인식과 일하는 방식에 모두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
과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시장에서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였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의 가격경쟁력과 노동 인력의 성실함은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발주사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국내 건설사 스스로 가성비가 좋다고 착각해 여기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의 가격경쟁력은 중국은 물론 일부 유럽 건설사에도 밀린다. 원인은 국내 사업자 중심의 산업 생태계 고수다. 해외 사업임에도 국내 협력사를 중심으로 일하고 현지 자재 조달에 소극적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현지화에 나서고 있는 경쟁사를 이기기 힘든 구조가 됐다. 국내 건설사에 대한 해외 수주가 말라가고 많은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건설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어떻게 변해야 할지 토론한다.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면 더 나은 부가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건설사도 고부가가치 제공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가장 빠르게 해볼 수 있는 시도는 현지화다. 현지 센터를 구축하고 현지 인력으로 현장을 채운 뒤 설계환경을 표준화하거나 새로운 품질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건설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은 높일 수 있다. 공공-민간 연계 모델(토목)이나 부동산 개발 사업(건축) 등 전문화된 밸류체인을 가지는 기획력 중심의 사업자로 거듭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건설업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이 아니기에 제한된 시장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해내는 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다가는 난맥상을 타개하기는커녕 도태하고 말 것이다. 현지화에 더해 공정 시스템의 고도화·디지털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하면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이제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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