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을 향해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갑시다”라고 말했다.
이날 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집단체조를 관람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소개를 받아 연설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귀중한 또 한걸음의 전진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노력에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며 문 대통령을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께 인사말을 하게 되니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 위원장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우수하고, 강인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고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9시께 두 정상이 경기장에 함께 입장하자 15만명가량의 북한 주민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입장 도중 문 대통령이 손을 흔들자 장내 함성은 한층 높아졌다. 두 정상은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자 화동들을 껴안기도 했다. 집단체조는 최대 10만명의 인원을 동원해 체조와 춤, 카드섹션 등을 벌이는 대규모 공연으로 북한 체제의 역사를 형상화해 보여준다.
한편 집단체조 관람에 앞서 두 정상은 대동강변에 위치한 옥류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양 정상 내외와 남측·북측 수행단은 이날 오찬 자리에서 평양냉면과 들쭉술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옥류관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북한의 대표 음식점으로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옥류관 평양냉면을 공수해오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과거 평양을 방문했을 때 옥류관에서 오찬을 한 바 있다.
평양냉면 오찬을 즐긴 문 대통령 내외는 수행원들과 평천구역 소재의 만수대창작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참관 직후 “정부 당국 간 교류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체육 교류가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작품도 같이 전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미술 창작기지로 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우상화나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작품들을 만들어온 곳이다.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로도 활용돼온 만수대창작사는 2016년 12월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사업 부문으로 알려진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도 2017년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 이후 유엔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에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송 만찬은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이뤄졌다. 당초 문 대통령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한 경제인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김 위원장이 뒤늦게 참석 의사를 밝혀와 남북 정상 내외가 함께 만찬을 즐기게 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오늘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는 거 아니냐”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두 정상이 식당에 나타나자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고 식사 중이던 시민들은 식사를 멈추고 환호했다. 문 대통령은 식사 중인 북한 일반 주민의 테이블을 찾아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올해 개업한 대동강수산물식당은 대동강변에 배 모양으로 세워진 대형 식당이다. 가격이 싸지 않아 서민이 쉽게 이용할 수는 없지만 크고 작은 연회룸을 갖춰 평양에서 가족이나 직장행사 때 종종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곳은 김 위원장이 직접 이름을 짓고 부지를 선정했으며 시찰도 하는 등 큰 관심을 쏟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을 가급적 평양시민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북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공동취재단 하정연·김현상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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