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우리 측 특별수행원의 자격으로 방북한 경제인들은 19일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찾았다. 북측이 남북정상회담 이튿날 우리 기업인들의 현장방문 장소로 나무 등을 대량으로 기르고 생산하는 양묘장을 택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착을 보인 산림산업을 고리로 남북경협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산림산업의 경우 유엔의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인 17명은 이날 오후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방문했다. 전날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비롯한 북측 경제관료들과 면담한 우리 측 경제인들은 방북 이후 첫 현장방문 일정으로 나무를 기르는 양묘장을 찾은 것이다. 122호 양묘장은 김 위원장이 직접 재건을 지시해 지난 2010년 준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산림녹화정책을 주요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수시로 양묘장을 찾았다. 122호 양묘장은 김 위원장이 세 차례 넘게 방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7월 122호 양묘장을 찾아 기술 발전 성과를 칭찬하면서 “산림 복구 전투는 현 시기 가장 중차대한 정책적 과업으로 전 국가적 힘을 집중해 밀고 나가야 한다”며 “힘껏 밀어주겠으니 나라의 만년대계를 위한 최대의 애국사업으로 여기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이 극찬한 122호 양묘장은 묘목의 생육조건을 최적화해 1년에 두 번 묘목을 생산할 수 있고 파종부터 포장 등 공정이 자동화된 곳이다.
북한이 우리 기업인들을 양묘장으로 초대한 것은 ‘산림 복구 전투’로 표현할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산림산업을 중심으로 남북경협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산림 황폐화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내 산림 총면적 899만㏊의 32%인 284만㏊가 황폐화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10년 안에 벌거숭이산을 모두 수림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맞춰 북한은 전국 각지에 양묘장을 세우고 종묘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산림산업은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북한이 우리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데도 부담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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