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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조승우 “‘명당’ 속에 태풍의 눈이 있다”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배우. 그가 땅의 기운을 읽어 운명을 바꾸는 천재 지관으로 변신했다. 조승우는 “‘명당’ 속엔 태풍의 눈이 있다” 며 “클래식한 사극 안에 곱씹어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자신했다.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제작 주피터필름)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명당’은 배우 조승우를 비롯해 지성, 백윤식,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배우 조승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관상’으로 시작해 ‘궁합’으로 이어진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박희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박재상은 강직하고 올곧은 지관으로서 왕실의 묏자리를 이용해 조선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장동 김씨 가문의 계획을 막은 보복으로 가족을 잃게 되고 13년간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튀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중간 축을 묵묵하게 받쳐주는 인물로 조승우에게 제격인 캐릭터이다.

“흥선이나 김좌근, 김병기와의 대립에서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임팩트가 부각되는 부분도 없는 인물이에요. 어떻게 보면 심심해 보일 수 있고 두각이 안 되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소용돌이치는 스토리를 지닌 인물입니다. 청렴한 인물인데 세도가에 흔들리는 왕을 위해 옳은 말을 해요. 이후 모든 걸 읽고 13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갈고, 그러다 흥선을 만나고 개인의 복수를 뛰어넘은 대의명분이 생기죠. 제가 표면적으로 두드러지는 걸 원치 않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딱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였어요.”

박재상은 서로 각자 다른 방향을 가진 인물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승우는 “인물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이뤄야 했다”고 말했다.

“청렴결백하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박재상 캐릭터가 전형적이다고 볼 수도 있어요. 개인적 복수에서 시작되지만, 공공의 이익을 바라면서 메시지가 커져요. 박재상은 흥선이 가야사를 불태웠을 때 엄청난 고통을 느껴요. 그때 박재상은 엄청난 감정적인 요동을 느끼게 되죠. 이후 박재상이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땅을 찾는 사람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중심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승우는 “‘명당’은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고 바라봤다. 이어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이 작품은 땅을 빼고서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어요.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욕심이 불러오는 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영화를 통틀어 봤을때 진짜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박재상 밖에 없어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인물이거든요.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명당’이 아니고, 내가 쉴 수 있고 내가 먹을 수 있는 내 공간이 바로 명당이 아니더냐는 말이 좋았어요.”

데뷔작 ‘춘향뎐’(2000)에 이어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이후 사극은 약 9년 만이다. 조승우는 “일단 사극을 좋아한다”는 단백한 답변으로 오랜만의 사극 복귀에 대한 소감도 털어놨다. 그는 “한 작품 끝나고 날 때마다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라고 다짐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또 하고 싶어지는 게 사극의 묘한 매력이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제가 과거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단 거야’라는 생각도 들고 연기할 때도 새로워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연기하는 거라 상상력을 동원해서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명당’은 영화 ‘퍼펙트 게임’ 때 같이 작업했던 박희곤 감독님의 사극 작품이란 점, 땅을 소재로 한 점, 흥선대원군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점 등이 신선했죠. 박희곤 감독님이 사극을 한다면 좀 더 새로운 사극이 탄생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어요,”

자신의 소신과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 박재상은 배우 조승우의 행보와도 닮아있다. 박재상이 ‘세상의 올바른 이치’를 생각한다면, 조승우는 “뜻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신념을 밝혔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말자”란 방향성 역시 가져가고 있었다.







“뜻이 있는 작품만 하고 싶어요. 작품을 선택하면서 재밌고 화려하고 밋밋할지라도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이 좋아요. 그래야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통해 조금의 영향력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

“더불어 연장선으로 가서 내가 왜 배우를 하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지. 배우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배우가 단지 즐거움만 주는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늘 던져요. 모든 인생이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신중하게 선택하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할 건 하지 말자. 선택해서 실패했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는 주의 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봐요.”

조승우는 “‘명당’이 지금 바로 자극은 오지 않아도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곱씹어 생각 할 수 있는 힘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어요. 한 작품을 보고 배우가 됐듯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나 작품이 누군가의 삶에 이만큼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배우가 정말 멋있는 직업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명당’ 역시 각자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드렸음 해요. ”

한편, ‘명당’ 이후 조승우의 차기작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다. 2015년 ‘스위니 토드’ 이후 3년만의 무대 복귀다. 오랜만의 무대 복귀 소감에 그는 “전 원래 무대 배우입니다. 무대, 그건 숨 쉬듯 당연한 이야기입니다”고 말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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