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은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으로 한 뼘 더 성장하고 단단해졌다. 뜨겁던 여름을 “‘강남미인’ 덕분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성형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작품 내내 외모에 관한 얘기가 계속 나와요. 저도 외모로 평가를 받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외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쿨하게 넘기려고 하지만 저도 모르게 상처 받는 부분도 있어요. 외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면서 내면의 것을 잃어가는 게 없지 않아 있는데, 저도 많이 치유 받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외모보단 내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진짜 뭔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무엇보다 저랑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너무 좋았어요. ”
2018년 뜨거웠던 여름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보낸 임수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신관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갖고, “‘내 색깔을 연기로써 보여주면, 나를 좋아할 사람은 좋아할 것이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그간의 작품 준비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 15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연출 최성범, 이하 ‘강남미인’)은 어릴 적부터 ‘못생김’으로 놀림을 받았고, 그래서 성형수술로 새 삶을 얻을 줄 알았던 여자 ‘미래’가 대학 입학 후 꿈꿔왔던 것과는 다른 캠퍼스 라이프를 겪게 되면서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예측불허 내적 성장 드라마.
그는 “임수향이 ‘강남미인’ 에 찰떡 캐스팅일 수 밖에 없었다. 미래가 향수를 좋아해서 조향수를 꿈꾸지 않나. 팬들이 임수향의 이름을 거꾸로 하면 ’향수‘라고 그랬다” 고 위트 있게 말문을 열었다.
임수향은 드라마 속에서 성형미인 ‘강미래’ 역을 맡았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각종 별명으로 놀림을 당하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의학의 힘을 빌려 미녀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래는 생각과는 다른 대학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강남미인’은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으려는 화학과 대학 신입생들의 눈치싸움과 우리 주변에 존재할 것 같은 진상 선배 혹은 얄미운 동기 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캠퍼스 물이다. 단순히 훈훈한 캠퍼스물에 그쳤다면, 공감대를 넓히지 못했을 것. 여기에 미래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세워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름다워진 외모에도 “처음부터 예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위축되어 있는 미래의 씁쓸한 현실에 흑기사로 등장해 짜릿한 로맨스를 선사하는 경석(차은우), “너는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자존감 지킴이 우영(곽동연), 그리고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현정(도희)의 활약이 미래의 성장사를 응원하며 지켜보게 했다.
미래와 대립하는 두 얼굴의 이면을 갖고 있는 수아(조우리) 존재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최고 인기인으로 존재하고픈 화학과 아이돌 수아는 못생겨서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예쁜 외모를 갖게 된 후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미래와 정반대로 그려졌다. 임수향은 마지막회에서 염산 테러를 당할 뻔한 수아에게 미래가 던지는 말이 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어요. 마지막 16부에서 염산 테러를 당할 뻔한 수아를 구한 뒤 미래가 말해요. ‘ 난 못생겨서 불행했어. 그래서 성형했어. 넌 예뻐서 행복해? 그런데 우리 왜 이래야 해? 예뻐지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할 거야.’ 대사예요. 작품 전체가 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신을 특히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울면서 찍을 신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눈물이 많이 났어요. 수아 에피소드가 뒷부분에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잘 풀어져서 좋았어요. 저 역시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였어요.”
“강미래=임수향”이란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강미래 그 자체였던 임수향은 자신을 소극적인 겁쟁이로 만들었던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행복한 캠퍼스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딸을 적극 응원해주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사랑 속에서 사는 미래의 모습이 본인과 닮은 점이다고 했다.
“닮은 점과 다른 점이요? 일단 저는 미래만큼 답답하지는 않아요. 물론 미래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긴 했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담아두진 않는 편이에요. 닮은 점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부분이요. 가족들이 있어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받고, 삐뚤어지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1년 SBS 드라마 ‘신기생뎐’의 주인공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임수향은 이후 ‘아이리스2’, ‘감격의 시대:투신의 탄생’, ‘아이가 다섯’, ‘불어라 미풍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는 ‘신기생뎐’과는 또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강남미인’은 진짜 임수향의 색깔을 많이 보여준 작품이자, 다시 한 번 도약하게끔 만든 발판이 된 작품이다.
관련기사
‘신기생뎐’의 단사란으로 살았던 스무살 임수향은 “당시 역할에서 빠져나오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여성스러운 단사란처럼 1년 넘게 꽃꽂이도 하고 술집도 못 갔었거든요”란 에피소드도 전했다.
“‘신기생뎐’의 단사란 역할을 했을 때는 제가 여성스럽고 단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현모양처를 그렸어요. 그래서 집에서 꽃꽂이를 하고 호프집, 클럽 같은 곳은 안 갔어요.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20대 초반을 지냈죠. 그걸 깨부수는 데 오래 걸렸어요. 이후 독립영화를 찍는데 감독님이 ‘수향 씨 좀 나가서 노세요’라고 말하셨어요. 저 자신을 내려놔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너무 갇혀진 연기를 한다며 ‘진짜 수향 씨를 보고 싶은데 왜 갇혀 있냐’고 하셨어요. 그 이후로 조금씩 저 자신을 찾아가고 있어요. 이번에 ‘강남미인’에서 제 색깔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요. 지금은 꽂꽂이는 잘 하지 않아요. 호호.”
‘강남미인’은 보이지 않는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성장 여정을 그리며,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 역시 하게 한 드라마다. ‘원래부터 예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름다운 외모를 갖게 된 후에도 행복할 수 없었던 미래는 자신이 사랑하고, 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강남미인’이라 불리는 여전한 외모지상주의 사회 속에서 결국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짜 행복’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는 스무 살 미래의 내적 성장은 외모지상주의에 익숙해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강미래가 던지고 싶은 말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라”이다. 실제로 세상의 수 많은 강미래들이 임수향에게 SNS 노크를 한단다. 이를 통해 세상에 많은 미래가 있다고 깨달았다는 임수향은 “그분들의 응원이 있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저도 힘들지만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메시지가 많이 와요. 외모나 평가에 대한 고민을 건네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친구들의 메시가 와요. 가끔 내가 답도 해주고 있어요. 자기 자신을 더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내가 내 가치를 먼저 알아주고 아껴줄 때, 내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잖아요. 내가 나를 잘 사랑하지 않고, 남이 먼저 찾아주길 바라면 안되는거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예쁘다고 말 하고 싶어요. 자신의 색깔을 잃지 마세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임수향은 분위기가 예쁜 사람이 ‘미인’이라고 정의내렸다. ‘불어라 미풍아’를 함께 한 이일화 배우가 바로 그런 ‘미인’이라며 조심스럽게 “닮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외모가 아닌 풍기는 분위기가 예쁜 사람이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에게선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 있잖아요. 물론 그게 나타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게 기본이고 본질이잖아요. 그 기본을 갖추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게 진짜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저 배우는 외모가 어떻게 어떻게 생겼어라는 말보단, “저 사람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임수향은 연기 잘하잖아’ 란 이야기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은 갈길이 먼 꼬마죠. “
그는 배우에게 ‘자존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슬럼프가 온다고. 그는 “이걸 다 통달한 사람이라면 산에 들어가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지 하다가도, 어느 날은 내가 싫어지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며 감정 조절이 쉽지만은 않음을 털어놨다.
임수향이 내 놓은 명쾌한 해답은 “앞으로도 계속 미래를 가슴 속에 품고 살고 싶다. 내가 날 싫어하는 순간이 올 때 미래를 꺼내보려고 한다” 였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저희 직업에선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빛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이 자기를 단단하게 채워주면서 빛나는거라 생각해요. 이 작품 하면서 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평가 속에서, 내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이 또 한번씩 오겠죠. 그 때마다 미래를 꺼내보려고 해요. 그만큼 내게는 미래는 잊을 수 없을 듯 해요. 이젠 떠나보내야 한다고 하니 헛헛해요. 미래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싶어요. 미래를 어떻게 잘 보내야 하나란 생각과 들지만, 언제든 저의 마음을 다잡아줄 친구로 남을 것 같아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