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딛고 5년 만에 우승하며 스포츠계를 흥분으로 몰아넣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세계 최고 권위 골프대항전에서 미국 올스타팀을 이끈다.
우즈는 28일(한국시간)부터 사흘간 프랑스 파리 인근 르골프 나시오날 알바트로스 코스(파71)에서 열리는 제42회 라이더컵에 출격한다. 라이더컵은 2년에 한 번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남자프로골프 대항전. 지난 24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7-2018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우즈는 바로 다음날 멋진 정장 차림으로 미국팀 동료들과 함께 파리에 도착했다. 미국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소화한 우즈는 25일과 26일 연습 라운드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코스를 점검하며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또 한 번의 흥분을 선사할 준비에 매진했다. 우즈는 우승에 앞서 단장 추천선수(와일드카드)로 12명의 미국 골프 ‘어벤저스’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 부단장이기도 한 우즈가 라이더컵에 선수로 참가하기는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역대 라이더컵 전적은 미국이 26승2무13패로 절대 우세다. 직전인 2016년 대회에서도 홈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유럽 원정에서 번번이 쓴맛을 봤다. 1997년 스페인 대회부터 2014년 스코틀랜드 대회까지 5회 연속으로 원정에서 유럽팀에 우승을 내줬다. 1993년 이후 25년 만의 유럽 원정 우승에 도전하는데 선봉에는 역시 우즈가 나선다. 우즈는 역대 7차례 라이더컵에 출전해 33차례 매치를 치렀고 13승3무17패의 전적을 남겼다. 높은 승률을 기록하지 못했고 우승도 한 번밖에 경험한 적 없다. 그러나 지금의 우즈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메이저대회 통산 18승으로 이 부문 기록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78·미국)는 우즈의 우승 소식에 “수술 뒤 이런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심지어 지금 스윙이 생애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우즈는 24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끝난 플레이오프 최종 4차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11언더파로 2타 차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은 약 18억원. 1,876일 만의 PGA 투어 우승이자 투어 통산 80승이다. 일부 외신은 골프를 넘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이라고 우즈의 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4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복귀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1월 말 필드로 돌아왔고 두 번의 준우승 끝에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우즈는 대회장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의 뜨거운 반응에 “20여년 전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대단했다. 다만 요즘 팬들은 다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박수 대신 환호성을 지르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라고 했다.
시즌 성적 합계인 페덱스컵 랭킹 2위와 세계랭킹 13위로 시즌을 마친 우즈는 이제 샘 스니드(미국·2005년 사망)의 PGA 투어 최다 82승에 도전한다. 메이저 14승을 거둔 우즈는 니클라우스의 18승 도전에 자신감도 얻었다. 베팅업체들은 벌써 우즈를 내년 4월 열릴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의 우승 1순위로 꼽고 있다.
우즈의 우승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등 동료들은 제 일처럼 기뻐했다. 라이더컵에서는 이들과 적으로 만난다. 첫날과 둘째 날은 포섬(2인 1조로 1개의 공 번갈아 치기), 포볼(각자 공을 쳐 나은 스코어를 팀 점수로 반영) 경기를 치르고 마지막 날은 1대1 매치플레이로 진행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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