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다. 기나 피가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잘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의미다. 사람의 몸처럼 정부와 국민 사이에도 막힘이 없어야 한다. 16세기 조선 시대에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격쟁’이 제도화됐다. 격쟁은 임금이 궁궐 밖을 행차할 때 백성들은 꽹과리를 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격쟁을 가장 잘 활용한 왕은 정조다. 정조는 24년의 재위기간 동안 총 66회 행차했다. 1년에 세 번은 백성들과 소통하려 한 것이다. 연평균 행차 수를 보면 인조가 0.19회, 숙종이 0.69회였던 것과 비교할 때 정조의 행보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정조는 현장 행보로 격쟁 1,335건을 해결하며 민심을 헤아렸다.
정조가 그랬듯이 필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양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을 다닌다. ‘함께하는 공동체 안전문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민간단체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의견을 나누고 바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어장을 황폐화하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강력하게 단속해달라는 어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의 단속으로 올해 상반기 우리 바다에서 불법으로 조업한 중국 어선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 54척에서 25척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우리 해역을 무단으로 침입한 어선도 869척에서 288척으로 67%나 줄었다. 조업 환경이 좋아지자 서해5도 어민들은 ‘강력하고 철저한 단속으로 고생하신 해양경찰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걸어줬다.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직원들에게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말을 항상 강조한다. 정부 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장 혼자 팔도의 국민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이 꾸면 현실이 된다’고 당부하며 직원 모두가 기관장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직원들 모두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국민들과의 소통은 어느 순간 단절될 수 있어 직원 개개인의 태도와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도 한 손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 오른손과 왼손이 만나야 비로소 ‘짝짝짝’ 경쾌한 박수 소리가 난다. 우리는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왼손과 오른손의 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국민과 함께 박수 소리를 낸다면 바다는 더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해양경찰은 국민과 함께 ‘아프지 않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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