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에서 조직혁신은 필연적이다. 다양하게 급변하는 환경에 과거의 전통적 형태의 조직은 적응력이 떨어져 결국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기술과 제도혁신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의 조직혁신을 다뤄야 하는 이유다.
미래 조직의 키워드는 유연성과 다양성이라는 외부 요소와 창조성과 협력성이라는 내부 요소의 네 가지 문제를 푸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필연적으로 조직 내부를 분할하게 된다. 연구·개발·생산·품질·영업·관리 등 조직의 개별 요소들이 이제 핵심역량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협력하는 개방생태계로 진화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 경쟁력이 취약한 조직을 품게 되면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방생태계에서의 개방혁신은 대세가 됐다. 외부와의 협력은 공유경제 확산을 초래하게 됐다. 조직들은 핵심역량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공유한다.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로, 정보기술(IT) 자원은 클라우드로, 각종 장비는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공유한다. 기업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핵심역량 중심의 개별 조직들에 어떻게 상호협력을 촉진시킬지가 질문의 초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느슨한 연방구조(loosely coupled federation)가 된다. 개별적으로 독립된 조직들이 필요에 따라(on demand) 유연하게 이합집산할 수 있는 빠른 유연성을 가진 협력 메커니즘이 필요하게 된다. 바로 개방조직 거버넌스의 핵심과제다.
스마트시티의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시티에서는 생산·소비·유통·환경·교육·안전망·제도 등의 요소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별적으로 각개약진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였다. 결과적으로 상호협력이 부족한 가두리양식형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그렇다고 기존 오프라인 시티처럼 하나의 수직적인 통합구조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면 너무 무겁고 경직된 프로젝트가 돼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집중은 무겁고 분산은 시너지가 없다. 싱가포르 스마트시티의 문제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의 클라우드 기술 진화과정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모든 것을 체계화한 단일 솔루션은 그럴듯하나 경직돼 진화경쟁에서 도태됐다. 대신 거대 서비스를 작은 마이크로 서비스로 분할하고 필요에 따라 연결하는 구조로 진화하게 됐다. 마이크로 서비스들은 각기 독립적 진화를 하는 유연성을 가지나 표준적인 간단한 소통체계로 유연하게 거대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작은 단위의 서비스들을 오케스트라 지휘하듯이 필요에 따라 불러내고 사라지게 하는 지휘자가 등장하게 됐다. 미래 조직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작은 조직들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실시간으로 이합집산하는 구조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게 클라우드의 IT가 제공하는 시사점이다.
생산·소비·유통 등은 각각 독립적으로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되 표준적 상호소통은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생산 디지털트윈에 유통 디지털트윈이 데이터를 요청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더 큰 서비스가 구현된다. 작은 단위로 나뉠수록 거대한 서비스가 쉽게 만들어진다.
소통의 표준이 제공돼도 협력의 대가가 없으면 협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전기나 수도같이 사용하는 만큼 과금하는 지불결제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바로 암호화폐가 제공할 기능이다. 이러한 분할과 연결, 유연한 활용과 사후 과금, 상호 소통 능력과 지불결제 등이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창발적 가치들이다.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기반의 혁명일 수밖에 없다. 통합과 분산이라는 조직 거버넌스의 오랜 딜레마를 클라우드 진화 과정에서 배워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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