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교 간호학과에서 관장 실습을 위해 제비뽑기로 대상을 뽑는다는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익명으로 제보한다. 모 학교에서 관장 실습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제보자는 “조에서 한 명씩 뽑아서 하는 거고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제비뽑기 잘못 걸려서 자신의 항문을 남한테 보여주는 상황”이라면서 “이건 인권 문제인 것 같은데 이거 다른 학교도 하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게시물에 큰 관심이 집중됐고, 대부분 ‘믿기 힘들다’면서 ‘관장 실습 모형’이 존재하는데 굳이 민감한 신체 부위를 노출하면서까지 실습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 학생들끼리 관장 실습을 했었다면서 실습이 1대1로 진행됐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해야 하는 분위기’라면서 ‘신고하고 싶다’, ‘수치스럽고 아프다’고 전했다. 반면 실습 후 환자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의미가 있었다고 한 댓글도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하는 서울대병원 8년차 최원영 간호사는 해당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후 “실습이 아니라 강간이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최원영 간호사는 “내 눈을 의심했다”면서 “진짜 미쳤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제비뽑기로 실습대상을 뽑는다는 엽기적인 발상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환자가 치료목적으로 의료인에게 자기 엉덩이를 드러내고 관장을 받는 것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인데, 4년간 같이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동기들 앞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항문에 이물질을 주입 당하고 관장을 해야 한다니 이건 거의 강간에 준하는 트라우마를 남길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에 큰 트라우마를 남기면서까지 해야 할 정도로 관장 실습이 그렇게 중요한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교수가 직접 자기 엉덩이를 희생해보라고 하고 싶다”면서 “이런 걸 보니 간호사들 인권이 바닥인 것도 납득이 간다. 학생 때부터 이런 취급을 받으며 비인간적인 처우에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건 범죄”라면서 “등록금 수백만원 씩 받아 처먹고 모형 하나 살 돈 아끼자고 이딴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