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한국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 왔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상당 기간 헤매고 있다”며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오히려 보상을 받는 유인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연합뉴스TV 경제포럼에서 ‘일자리 창출과 공정거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기업의 기 살리기 방법론을 설명하고 공정경제 정책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는 “혁신성장과 관련해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대기업 재벌체제의 민원을 들어주는 차원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 첨단산업, 제조기업 등이 평등한 틀 안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기 살리기”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현재 한국의 유인구조가 기업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설명한 ‘죄수의 딜레마’는 따로 조사 받는 피의자 두 명이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엔 둘 다 풀려나지만, ‘너만 자백하면 풀어줄게’라는 제안에 무너져 상대를 배신하면서 결과적으로 둘 다 처벌받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 사회가 이 딜레마 속 상황처럼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만 낳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 사회는 좌와 우, 여와 야, 영남과 호남, 어르신과 젊은이 등이 같은 한국말을 쓰고 있지만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보상을 받는 왜곡된 유인구조 탓에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가 갈지자걸음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진국 문턱에 왔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상당 기간 헤매고 있다”며 “진영 논리로 따지기보다는 나이스한(착한) 사람이 많아져 점점 성공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편안을 통해 우리 기업 생태계를 역동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은 소득주도 성장의 모든 것이 아니다”라며 “소득주도성장은 명목소득 증가, 생활비 또는 경영활동 비용 감소, 사회복지제도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것을 포괄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과거의 성장 모델을 대체하며 한국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북방경제실장 등이 강연하고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한반도 번영을 위한 미래전략’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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