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라는 대북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달 평양을 방문해 2차 북미정상회담 어젠다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핵 신고·사찰 수용 등 기존의 미국 입장을 북측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 제재 완화는 협상의 가장 후순위로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를 주제로 열린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가 완전히 달성되고 검증될 때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은 우리의 엄숙한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북한에 대한 호의적 평가와 비교해서도 냉정한 분위기를 견지했다. 남북미·북미 정상 사이에 흐르는 긍정적 대북 기류와 달리 비핵화 협상의 실질 책임자로서 ‘외교’를 강조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뉴욕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이미 비핵화 협상에 있어 기존의 미국 입장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미뤄볼 때 북측에 촉박한 시간표 제출은 요구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신고와 검증 수용 없이는 상응조치로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한국·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는 부분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여전히 단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다가오는 북미협상이 더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희망이 크다”고 말했다. 또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을 재론하며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도전과 관련해 정말 새 시대의 새벽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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