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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미스터 션샤인’ 김남희 “세상이 놀랄 거라는 이병헌의 말, 현실 됐다”

/사진=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이병헌 선배님이 내 촬영 분을 먼저 보시고 ‘네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거다’라고 해주셨다. 그 말이 현실이 됐다.”

tvN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하는 수십명의 배우들 속에서 무명이었던 김남희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서툰 한국어와 날선 눈빛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그의 이름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김남희는 극중 조선을 노리는 일본인 모리 타카시 대위로 분해 유진 초이 역의 이병헌과 대립했다. 유진 초이와 고애신(김태리) 곁을 맴돌며 이들을 위협했던 모리 타카시는 결국 유진 초이의 총에 맞으며 눈을 감았다. 드라마의 종영을 코 앞에 두고 먼저 죽음을 맞게 된 김남희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개인적인 욕심은 더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뜻이 그렇다면 깔끔하게 빠져줘야 한다. 마지막 촬영 날에 그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갔다. 뒤에 한 신이 남아 있었는데 없어졌다. (이)병헌 선배님께 인사드릴 준비를 못 해서 편의점에서 제일 비싼 음료를 사 들고 가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다. 마지막이 되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

무명 배우인 김남희가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대작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이응복 감독의 제안 덕분이었다. 지난해 ‘도깨비’에서 과로사 한 의사 역으로 얼굴을 비쳤던 김남희를 좋게 기억한 이응복 감독은 그에게 후반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카시 역을 맡기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도깨비’때 이응복 감독님과 인연이 있어서 오디션 기회를 주셨다. 이렇게 큰 역할을 주실 줄 몰랐다. 김은숙 작가님은 나를 모르시니까 많이 걱정을 하셨는데 이응복 감독님이 설득해 주셨다. 감독님과 미팅할 때 굉장히 편한 마음으로 갔다. 욕심을 부려서 나를 어필하지도 않았다. ‘네가 이병헌이라는 대배우와 연기할 수 있겠니?’라고 물으실 때 자신 있게 ‘재밌겠는데요?’라고 답했다. 그때 ‘이 놈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저를 써주신 것 같다.”

막장 자신있게 대답은 했지만, 현장에서 이병헌이 풍기는 아우라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병헌 앞에서 기죽지 않을 수 있냐”던 주변 사람들의 말에 오기가 생겼다던 김남희는 실제로 이병헌을 마주하고서야 자신을 향한 걱정들을 이해하게 됐다. 김남희가 본 이병헌은 연기 뿐 아니라 작품에 임하는 태도까지 넘볼 수 없는 대배우였다.

“실제로 촬영을 해 보니 주변에서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이해가 됐다. 부담이 엄청 됐다. 선배님은 단역 배우의 단독샷을 찍더라도 항상 뒤에서 대사를 맞춰 주신다. 피곤해서 쉴 법도 하신데 밤샘 촬영 때 잠을 깨려고 팔 굽혀 펴기를 하시더라. 본인 연기만 빨리 찍고 다음 스케줄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같이 연기할 때도 나에게 ‘네 연기가 만족스럽냐. 다시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봐 주신다. 그런 열정이 그 분의 연기로 나오는 것 같다.”

/사진=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결국 엄청난 부담감에 김남희는 심각한 컨디션 난조를 겪기도 했다. 특히 고애신(김태리)의 집에서 모리 타카시와 유진 초이가 재회하는 중요한 장면에는 시청자들이 알지 못하는 그의 남다른 고충이 숨어 있었다.

“고애신(김태리)의 집에서 유진 초이와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앞에 잠깐 출연하기는 했지만 내 분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장면이라 사실상 첫 촬영 같았다.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전날 탈수가 와서 촬영을 하는데 머리가 핑핑 돌았다. 병헌 선배님과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힘이 하나도 안 났다. ‘중요한 신인데 망했다’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남희는 재등장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주인공 못지 않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배우 인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관심이었다.

“18부 방송이 끝나고 핸드폰이 쉬지 않고 울렸다. 축하 전화와 문자가 오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걸 캡처해서 보내더라. 그때 쫑파티를 하고 있어서 정신을 못 차리다가 다음날 보니까 세상이 뭔가 이상해졌더라. ‘나한테 왜 이러지?’ 싶었다. 일단 캐릭터가 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모리 타카시가 유진 초이를 괴롭히면서) ‘사지를 절단시켜야 한다’, ‘가죽을 벗겨야 한다’ 등 잔인한 욕들도 많았다. 그런 욕들도 사실 내가 역할을 잘 해서 나오는 거기 때문에 좋다.”

특히 일본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유창한 일본어와 어눌한 한국어 대사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짧은 대사 한 마디도 억양과 발음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유행어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일본어 대사는) 무조건 외웠다. 머리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 사사키 소좌 역으로 나오는 공대유 배우가 내 담당 일본어 선생님이었다. 어눌한 한국어는 일단 말 자체는 한국말이니까 외우는 개념은 아니었다. 억양을 바꿔야 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너무 말을 잘 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못하면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아서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추성훈 씨나 ‘비정상회담’ 일본인 출연자, 원어민 강사의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고 연습했다. ”

쏟아지는 호평 속에 마무리한 ‘미스터 션샤인’이지만, 김남희는 “단 한 신도 만족했던 신이 없다”며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했다.

“한 번도 ‘아 나 오늘 연기 잘했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이상했는데 왜 감독님이 오케이 하셨지’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다시 하자고 말하고 싶은데 감독님은 벌써 짐을 싸고 계시더라. 항상 머릿속에 대사와 억양을 생각하고 있다 보니 신에 집중을 못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는데 푹 빠져있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많이 아쉽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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