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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인물전사①] 쿠도 히나가 아니라 '이양화'





그녀의 이름은 이양화. 그러나 그녀를 그렇게 불러주는 이는 오직 구동매밖에 없다.

친일파 아버지 이완익(김의성)의 강압에 일찍이 늙은 일본인 갑부와 결혼한 그녀는 이름을 버리고 쿠도 히나(김민정)가 됐다. 어머니는 딸의 혼인조차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그녀는 일본에서 울기보다 물기를 택했다. 울어봐야 자신의 편은 없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남편이 죽고 상속받은 재산으로 최신식 호텔을 인수한 그녀는 그곳의 이름을 글로리(Gliory)라 지었다. 자신의 인생과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영광’으로.

한성의 호텔은 남자들과 귀부인으로 들썩였다. 특히 공사관 직원, 모던보이, 일본 장교 젊은 남자들은 그녀를 가지려 애썼다. 쿠도 히나는 그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팔았다. 언제든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는 내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겼다.

유진 초이(이병헌)를 향하던 마음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는 구동매(유연석)에게로 옮겨갔다. 자신이 이완익의 딸임을 고백하며 “내 엄마, 내 청춘, 내 이름 이양화를 뺐겼다”며 처음으로 속 이야기를 건넨다. 광기에 가득찬 세상에서 그녀가 가장 믿었던 인물이 가장 광기어린 그였기에 삶은 비탈길을 향한다.

그녀는 냉정하다.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하다. 손님에게 희롱당하던 하녀가 울자 “앞으로 누구든 너를 해하려 하면 울지 말고 물기를 택하렴”이라고 달래다가도 그가 자신을 물려고 하자 “적어도 상대의 어딜 물어야 하는지는 알고 물어야지. 허나 보다 중요한 건 물 수 있음에도 물지 않는 거야. 그게 의리라는 거란다”라며 가차없이 얼굴을 그어버린다.





그래서일까, 뼛속까지 사무친 원망 때문일까. 아버지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지킬 사람을 지키고자 버릴 이를 물어 범인으로 위장시키고 그녀는 온전히 혼자가 된다. 어머니의 죽음, 그 늦은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던 순간 함께해준 구동매 앞에서 그녀는 끝내 무너져내린다. “업어줄까” 그 얼마나 기다렸던 따스한 말 한마디였던가.

헛된 욕망이 가진 공허함도 그녀는 잘 안다. “헛될수록 비싸고 달콤하죠. 그 찰나의 희망에 사람들은 돈을 많이 쓴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다다르자 그녀는 조선의 헛된 바람과 일본의 헛된 욕망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쿠도 히나의 삶이냐, 이양화로서의 삶이냐. 그녀는 결국 내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는 편에 선다.

이양화는 더이상 내것을 빼앗기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호텔도, 구동매도, 나라를 구하겠다는 사람들도. 그녀는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들이 지키려는 것을 지키기 위해 총을 빼어든다. “이렇게까지 빼앗으면 물어야 하나. 조선의 독립에 발을 담가봐?” 비밀에 싸여있던 제국익문사 요원은 그렇게 이름없는 의병이 된다.

빼앗으려 하는 모든 것들을 날려버리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호텔을 제물로 삼았다. 어머니를, 가족같은 이들을, 손을 내밀어 준 정인을 떠나보내게 한 그들을 위해 그렇게 지켜내고자 했던 호텔을 불꽃에 담아 날려버렸다.

삶은 그렇게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한 순간의 선택. 그녀의 삶은 결국 찬란한 햇살 한번 비추지 못한 채 이대로 끝나는걸까. 그렇다면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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