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FX(외환)마진거래로 위장한 50억원 규모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를 받는 A(49)씨 등 운영진 7명을 도박장소 등 개설 혐의로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A씨 일당을 1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FX마진거래는 환율 등락에 따라 양국 외환을 매매해 차익을 추구하는 정식 금융거래 방식이다. A씨 일당은 이처럼 합법적 외환거래인 것처럼 꾸며 지난해 6월께부터 올 7월까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회원에게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 등 외환의 등락을 예상하게 하고, 1분 단위로 적중했는지에 따라 회원이 내건 금액의 2배를 지급하거나 이를 몰수했다. 일반인들이 환율에 대해 과학적인 예측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를 통해 도박사이트는 1년도 채 안돼 약 6,600명의 회원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판돈을 모았다. 전국 10여 곳에 오프라인 대리점을 차리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FX환율마진거래를 체험해볼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설회사 건물 등 도박사이트와 무관한 일반 회사 내에 사무실을 차리는 일명 ‘숍인숍’ 방식으로 경찰의 감시를 따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환이라는 조건을 걷어내고 나면 내건 조건의 달성 여부에 따라 ‘모 아니면 도’라는 점에서 홀짝 도박과 동일하다”며 “도박에 참가한 가담자들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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