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조명받는 분야는 역분화줄기세포(iPS) 기술이다. 이미 다 자란 체세포를 다시 거꾸로 미성숙기의 줄기세포(배아줄기세포)로 되돌려 다양한 인체조직으로 변환이 가능한 일종의 ‘만능세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일본은 2006년 iPS를 만드는 데 성공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를 수상했다. 국제적 신뢰를 쌓은 이 기술을 응용한 상용화 준비작업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7월말에는 일본 정부가 세계최초로 iPS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앞서 5월말에는 심장질환에 iPS를 이용하는 임상시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최근 또 다시 세계 최초의 iPS 관련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일본 교토대가 iPS를 활용해 만든 혈소판을 난치성 혈액질환인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의 혈액에 주입하도록 한 것이다. 그밖에도 각막질환, 척수 손상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해 iPS세포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개발은 답보상태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논문 조작 사태의 후유증 탓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 영향도 적지 않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연구 가능한 난자를 동결·미성숙 난자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난자 사용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생명윤리 관련 문제로 종교계 등에서 반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문턱을 높이는 사이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임상 1·2상에서 안정성이 확인된 치료제에 대해 사용 승인 허가를 먼저 해주고 치료 과정을 보며 부작용 여부를 감시 관리한다는 내용의 재생의학법을 2014년 제정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에는 iPS 관련 분야에 교토대 iPS세포연구소를 중심으로 10년간 총 1,100억엔 (약 1조 56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바이오업계는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줄기세포 관련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원정의료관광을 가는 등의 현상이 연출되고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개선 노력이절실하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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