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의 국내 입항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해군에 이어 외교부도 일본 측에 “한국민 정서를 감안하라”는 입장을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해군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10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서 15개국 함정이 해상 사열을 한다. 15개국 함정에는 일본의 해상자위대도 속해 있다. 문제는 일본자위대 함정을 상징하는 깃발이 욱일기라는 점이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지난 1945년 일본 패전 이후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1954년 일본은 해상자위대를 창설한 후 욱일기를 자위함기로 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전범 피해국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해군은 해상 사열에 참여하는 각국 함정에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달아달라는 공문을 이미 보냈다. 하지만 일본은 “자위함기 게양은 국내 법령상 의무”라며 “(제주관함식에 갈 경우도) 당연히 달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외교부까지 나서 주한 일본대사관에 우리 국민 정서를 적극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일본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심지어 해상자위대의 한 간부는 29일 산케이신문에 우리 해군의 공문을 두고 “비상식적인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국내 여론은 악화 일로다. 30일 오후5시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욱일기에 대한 청원이 170건 이상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선조들이 피로써 지켜낸 나라”라며 “수없이 많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일본군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뱃머리에 매달고 대한민국 영해에 입항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글을 남겼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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