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노벨상 시즌이 돌아오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던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성별 불균형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노벨상은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평화, 경제학상, 문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지만 올해는 ‘미투 운동’ 때문에 문학상은 시상하지 않는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1901년 노벨상 수상자가 처음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수상한 892명 중 여성은 48명으로 5.4%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여성 수상자 중 30명은 문학상이나 평화상을 받았다. 여성들에게 과학 분야의 문턱이 높았다는 뜻이다.
특히 1969년에 신설된 경제학상 분야의 경우에는 단독 여성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미국)이 공동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여성이 단독으로 경제학상을 받은 적은 없는 셈이다.
이처럼 과학분야에서 여성이 노벨상을 수상하기 어려운 현실을 놓고 일부에서는 고급 과학 분야에 여성 자체가 적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미국물리학연구소(AIP)에 따르면 2014년 물리학 분야 정교수직의 여성 비율은 10%다.
이러한 문제가 대개 종신교수(Tenured Professor)로부터 나오는 추천 절차에서부터 생겨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녀나 젊은 여성들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진출을 지원하는 영국 단체 ‘STEMettes’의 대표인 앤-머리 이마피던은 “문제는 추천 절차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신교수들이 여성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이마피던은 “그들은 연구실의 여성을 기록이나 하다가 임신하면 떠날 것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미묘한 차별을 하거나 심지어 성희롱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들의 아이디어와 힘든 노력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인정받는다. 1903년 프랑스 물리학자인 피에르 퀴리는 아내이자 동료 연구자인 마리 퀴리에게 함께 상을 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고 말해 결국 그해 물리학상을 함께 받았다. 하지만 이후 물리학상 여성 수상자는 단 1명 뿐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CSU샌디에이고) 물리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키팅은 연구자의 노력이 간과되지 않도록 노벨재단에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한 개인이 앞서 수상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면 재수상할 수 있어야 하고, 사후 수상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는 한 상에 최대 3명으로 정해져 있는 수상자 수 제한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키팅 교수는 미투 운동 등 확대되는 여성운동의 여파로 각 영화제나 문학상 수상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노벨상의 성적 불평등 문제를 단지 구조적인 문제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벨상의 명성에 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노벨재단 측도 추천자들에게 여성 과학자들을 올리고 민족과 지리적 다양성을 고려해 주도록 요구하는 등 나름대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여성 수상자는 전무한 상태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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