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해 초대형 허리케인이 강타했던 카리브해 섬을 찾아 빈민가의 강도 전과가 있는 청년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새 삶을 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최근 그가 한 청년에게 구직 관련 충고를 했다 커진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공영 프랑스텔레비지옹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생마르탱 섬을 방문해 빈곤층이 모여 사는 오를레앙 지구를 찾았다.
카리브 해에 있는 생마르탱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분점하고 있는 섬으로 작년 9월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Irma)가 강타하면서 가옥과 주요시설이 파괴되고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인 마크롱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민소매 차림에 검은 두건을 한 흑인 청년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청년에게 마크롱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지금 아무 일도 안 한다”고 했다.
이에 “어떤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기에”라고 마크롱이 묻자 청년은 부끄러워하며 “조그만 강도질을…”이라고 답했다.
마크롱은 이 청년과 함께 그의 아파트를 방문해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청년의 눈을 마주 보면서 “이 상태에 머무르면 안 된다. 어리석은 짓을 다시 해서도 안 된다. 강도질은 이제 끝이다. 잊지 마라. 당신 어머니는 그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충고했다.
청년으로부터 그리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마크롱은 곧바로 그 옆에 서 있던 청년의 어머니를 힘껏 안아줬다.
이는 지난 달 15일 엘리제궁 개방행사에서 한 20대 청년이 구직이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대뜸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인데 무슨 소리냐며 주변에 일자리가 널려있다는 취지로 말해 비난 여론이 커진 것을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도시의 재건 상태를 점검하고 생마르탱 자치정부에 깊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그는 “재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가 난다. 많은 돈이 투입됐는데 지붕도 제대로 수리되지 않았다”면서 “재건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자치정부를 압박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