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맞춤 항암제 선별에 필요한 유전자 변이 여부 파악까지 끝낼 수 있는 검사방법이 개발됐다.
1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신용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암환자의 종양에서 떨어져나와 혈액에 떠다니는 DNA 조각인 유리핵산(cell free NA·cfNA)들을 DTBP라는 물질과 미세한 홈이 파인 마이크로 플라스틱 칩(가로 7㎝, 세로 8㎝가량의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을 활용해 고속·고효율로 잡아내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혈액에서 혈장(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성분)을 분리해 DTBT와 섞은 뒤 마이크로 플라스틱 칩에 흘려주면 종양 유리핵산과 결합한 DTBP가 칩에 붙는다. 여기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종양 유리핵산을 잡아내는 효율이 좋아 기존 광학·유전자증폭(PCR) 장비로 20분~2시간 증폭(대량복제)하면 맞춤 항암제 선별에 필요한 유전자 변이 여부를 빠르고 저렴하게 파악할 수 있다. DTBP와 마이크로 플라스틱 칩, 광학장비를 활용하면 1시간 안에 전 과정을 마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원심분리기로 적혈구·백혈구 세포 등까지 파괴해 이들 세포의 DNA가 잔뜩 뒤섞인 시료를 갖고 유전자 변이 여부를 파악하려다 보니 효율·정확도가 떨어지고 진공펌프·직류전원장치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했다. 또 정확도를 높이려고 분석에 1주일가량 걸리고 건당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장비까지 동원해야 했다.
신 교수팀이 박인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대장암 2~4기 환자 1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혈중 유리핵산을 자체 개발한 신기술과 기존 기술로 분리해보니 진단 정확도에 큰 차이가 있었다. 신기술의 진단 정확도(유전자 변이 검출)는 환자의 대장암 조직 샘플로 NGS 검사를 한 경우의 71% 수준으로 기존 기술(57%)을 크게 웃돌았다.
신 교수는 “이 기술은 대장암은 물론 폐암·유방암 등 다양한 암에 적용할 수 있다”며 “검사과정을 자동화하고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2~3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학교벤처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장암 조직을 떼내서 하는 유전자 변이 검사는 암 수술 등 매우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지만 혈액에서 종양 유리핵산을 검출하는 검사는 언제든 가능하고 재발·전이 모니터링, 암 조기검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12.44)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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