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의 1900년대 초 조선과 2018년의 한반도는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그때의 조선이 기존 패권국 청나라(중국)를 몰아낸 일본과 미국·러시아가 각축을 벌였다면 지금의 한반도는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망해가는 조선 앞에 행보가 엇갈렸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총을 드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눈앞의 이익을 좇아 매국에 앞장서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망국의 시대를 산 저마다의 선택은 조선의 명운을 갈라놓았다.
미중 패권경쟁의 복판에 놓인 우리는 선택의 길목에 서 있다. 더욱이 지금은 ‘핵 없는 한반도’의 향배가 결정될 10월의 초입이라 상황이 한층 긴박하다. 조만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오스트리아 빈 또는 또 다른 장소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연이어 이뤄질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초기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등이 숨 가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길목에서 패권 경쟁국 미중의 입장은 판이하다.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북핵 관련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미국 측은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가 완전히 달성되고 검증될 때까지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엄숙한 공동책임”이라며 북한 제재 유지를 강조한 반면 중국 측은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에 대해 제재 완화가 뒤따라줘야 한다고 맞섰다.
미중의 기 싸움을 보며 미국 정치학자 존 미어셰이머가 건넨 조언을 떠올려 본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위험한 이웃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며 국가의 생존에 대해 염려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한국의 잠재적인 동맹국도 될 수 있고 또한 잠재적인 적국도 될 수 있는 주변의 강대국(중국·일본·러시아)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만약 한국이 국가안보를 유지하려면 동맹구조, 세력균형, 강대국의 행동, 핵무기 등의 길고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의 한국판 서문에 적힌 당부였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도록 나아진 것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며 한반도를 지나온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운전자를 자임하지만 왠지 안심이 안 된다. 그 앞에 닦여진 길도 교통법규도 신호등도 없으며 적지 않은 내부 반발이 있어 운전대가 제대로 작동할까 우려되기에 그렇다. 더 큰 걱정은 경제 현실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밖으로 미국 등 강대국의 보호주의가 거세고 안으로는 누적된 정책실패 탓에 수출·내수·고용·투자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을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대다수 국민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을 달갑게 여길지 낙관하기 어렵다.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의 옛 표기다. 지금은 ‘미스터 선샤인’으로 써야 옳다. 미국 경제분석가 브라이언 웨스버리가 한국이 세계 경제에 가져다줄 밝은 미래를 가진 나라라는 의미로 우리에게 붙여준 이름이 ‘미스터 선샤인’이다.
망국의 비극을 담은 ‘미스터 션샤인’일랑 작별을 고하고 미래의 희망을 품은 ‘미스터 선샤인’으로 향해 가자.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에게는 비핵화를 넘어 더 큰 목표를 지향하며 한반도를 지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한민족의 저력을 믿고 한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미션’의 또 다른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의 결말부 대사처럼 “조선인은… 일어서고 또 일어선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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