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편의점은 4만개가 넘는다.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편의점이니 장사가 잘될 리 없다. 본사와의 5년 계약이 끝나면 편의점을 접겠다는 점주들이 한둘이 아니다. 2~3년 전 갑자기 늘어난 편의점들의 계약만료 시점인 오는 2020년을 전후로 문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흉문이 돈다. 대규모의 자발적 폐업이 현실화된다면 점주는 물론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도 대량으로 사라진다. 또 다른 고용충격이 될 터인데 일각에서는 근본 원인을 점주의 최저임금 부담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숲을 보지 않은 속단이다. 편의점 폭증에 따른 개별점포의 매출 감소가 구조적 원인인 것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의 프레임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확증 편향적 시각의 결과일 뿐이다.
프레임에 갇힌 사물은 왜곡된다. 고용통계도 한쪽만 부각된다. 해석이 각기 다른 이유다. 일자리 감소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영업은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지기 전 이미 지난해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인관광객이 급감하고 많은 점포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시기다. 여기에 지난해 초가 전 정부의 ‘초이노믹스’로 대변되는 인위적 경기부양 효과의 끝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고용통계는 애당초 전년대비 기저효과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사라지는 제조업 일자리의 상당수가 조선과 자동차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상실이 일자리 감소의 근본적 원인이다. 지난 2010년대 초반 80%를 웃돌던 제조업 가동률이 지금은 70% 초반 수준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산업고용 하락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중견 자동차부품사 100곳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3곳 중 1곳이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협력업체에 전가된 탓이 가장 크다. 실적 부진에 따라오는 것은 당연히 고용 감소다.
최저임금 프레임 전쟁에서 완패한 정부는 가시적 성과를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제조업에서 짧은 기간에 체감할 만한 고용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제조업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 제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상실한 제조업체에 버팀목이 돼주는 것이 지금 정부의 역할이다. 구조조정 터널을 지나 힘겹게 버티는 기업들은 당장 ‘부활’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선박·자동차부품 업종들은 은행 대출도 쉽지 않다. 세제 지원이나 은행권 대출만기 연장과 같이 정책수단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교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내년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주들이 찬 서리가 내리기도 전에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억단(臆斷)들이 고용시장을 더 스산하게 만든다. 고용시장의 온기는 공장에서 불씨를 살리려는 제조 중소기업들로부터 나온다. 괜한 부채질이 불씨를 끈다.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