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 전에 대출신청이 몰려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94조9,071억원이다. 전월보다 2조6,277억원, 전년 동월보다 23조3,171억원 늘었다. 8월 증가분(2조8,770억원)보다는 적지만, 지난 1∼8월 전월 대비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분 평균인 1조8,103억원을 훌쩍 웃돈 수치다.
주택담보대출 중에는 중도금·이주비 등 개인집단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5,327억원 늘어난 124조8,723억원이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전월 대비 증가액은 보인 것이다.
9·13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여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폭등 양상이 벌어지며 추격 매수가 많았고, 당시 매매계약을 위해 받은 대출이 지난달 집행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8·2대책을 겪은 투자자들이 안정대책 발표를 앞두고 대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대출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책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았다”며 “기존에 약정했던 집단대출도 예정대로 집행되면서 잔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에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2∼3개월 전에 계약이 체결된 건”이라며 “최근 몇 개월 새 부동산 활황기였던 것이 반영된 듯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3조6,752억원이다. 증가액은 1,682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월에는 이 수치의 5배가 넘는 9,097억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월대비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한 시중은행은 “추석에 유동성이 늘면서 신용대출 일부가 상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아우르는 가계대출 잔액은 총 555조8,300억원이다. 아울러 개인사업자대출 잔액도 전월보다 1조5,526억원 증가한 216조6,183억원으로 평상시 증가세가 유지됐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