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많은 서울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근무시간이 평균 55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KT와 BC카드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을 맞아 유동인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1일∼9월 16일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은 작년 동기보다 평균 55분 줄었다.
반면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평균 근무시간이 5분가량 증가했다.
IT·게임업계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많은 성남시 판교의 경우 근무시간이 11.6분 감소했고,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 대상인 금융업계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는 6분 줄었다.
KT는 이번 조사에서 휴대전화와 기지국이 주기적으로 주고받는 신호정보를 바탕으로 자사 고객 약 1,500만명의 동선을 분석했다. 여기서 직장인은 오전 9시∼오후 6시 한 달에 10일 이상 동일한 기지국에서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전화 이용자를 의미한다.
KT 조사 결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도 달라졌다.
작년 같은 기간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26%가 오전 7시 30분∼8시 출근했으나 올해는 15%만 같은 시간대 출근했다.
오전 8시 30분∼9시 출근하는 직장인은 21%에서 38%로 늘었다. 기존 8시 이전에 출근했던 직장인의 상당수가 30분가량 늦게 출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광화문, 판교, 여의도에서 오후 6∼7시 퇴근하는 직장인 비율도 최대 31.4%로 작년 동기보다 7%포인트 늘었다. 단, 가산디지털단지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여가활동과 관련한 소비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BC카드가 8월 19일∼9월 15일 서울시내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점, 헬스클럽, 영화관 등 여가 활동 관련 업종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평균 9.2% 증가했다. 해당 기간 전체 매출 증가 규모는 16억원이었다.
지역별 여가활동 관련 매출 증가율을 보면 동작구가 70.3%로 가장 높았고 강서구 66.3%, 동대문구 42.7% 순이었다.
반면, 직장인 비율이 높은 종로구와 금천구는 여가활동 매출이 각각 7.7%, 6.7% 감소했다. 광화문과 판교 지역의 경우 오후 6시 이후 음식, 주류 관련 업종 매출이 10.3∼14.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모두 근무시간이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영향으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는 ‘여가’ ‘퇴근’ ‘육아’ 등이 언급량 순위 상위에 올랐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언급량은 10배(2,152회→2만1,663회) 급증했다.
KT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의 전체적인 여가 활동 소비가 늘었고, 회사 근처에서 여가나 식사를 즐기던 직장인이 퇴근 후 집 근처로 이동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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