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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철학 대가' 임석진 교수 별세

고(故) 임석진 명지대 명예교수




헤겔 철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임석진 명지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그는 1987년 창립된 한국헤겔학회장을 맡아 약 20년간 이끌었으며, 헤겔의 ‘정신현상학’ ‘논리학’ 등을 번역하는 등 평생 헤겔 연구에 몰두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철학과 강사를 거쳐 1967년부터 1998년까지 명지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독일어판 ‘헤겔연구’지 국제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헤겔의 노동의 개념’ ‘헤겔변증법의 모색과 전망’ ‘변증법적 통일의 원리’ 등의 헤겔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1967년 작곡가 윤이상, 이응로 화백, 천상병 시인 등 예술가와 학자 등 200여명이 간첩으로 몰린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 사건’의 발단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61년과 1966년 평양을 방문했으며, 유학생들을 북한대사관에 소개하기도 했다.

1967년 조선일보 서독특파원 이기양 씨가 취재차 체코에 입국했다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임 교수는 북한에 의한 납치극임을 직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처조카로 유학 시절 알고 지낸 홍세표 씨를 통해 박 대통령을 만나 북한 접촉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후 중앙정보부는 관련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수사한 뒤 간첩단으로 몰아 34명을 기소했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지난 2006년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동백림 사건의 외연과 범죄 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임 교수는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연루돼 인간적으로 미안함을 느끼지만 당시 북한의 실상, 남북관계, 나라 전체를 고려할 때 후회는 없다”며 “그런 식으로 털어내지 않았더라면 분명 더 큰 후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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