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비핵화’ 빅딜을 위한 북미 간 사전 협상이 곧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에서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더해 북한은 미국 측에서 빅딜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는 북핵 신고와 검증·폐기 등을 두고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음에도 ‘본게임’인 북미협상 과정에서는 기존 입장을 결코 쉽게 바꾸지 않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지고 사전 협상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미국의 이른바 조선 문제 전문가들 속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북조선으로부터 핵 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며 “종전은 정전협정에 따라 이미 반세기 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오히려 종전이 시간상 먼저 이뤄졌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중앙통신은 “종전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선(先)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 측 입장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어 통신은 “조미가 6·12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수립을 지향해나가는 때에 조미 사이의 교전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 이어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다는 점을 또 지적했다. 통신은 “우리가 조미수뇌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하여 실질적이고도 중대한 조치들을 계속 취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구태의연하게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켜보려 하고 있다”며 제재 완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다만 주목되는 부분은 통신의 비난 대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의 조선 문제 전문가’라는 점이다. 협상에 앞서 주도권 싸움은 하더라도 6·12회담 직전처럼 미국 정부나 핵심 인물을 건드려 판을 깨는 도발은 자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발언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해제를 단 한 번도 언급한 바 없다”며 “종전선언을 비핵화 조치와 교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한 입장정리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합의 전까지는 함구함으로써 종전선언의 가치를 높여 비핵화 최대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