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느슨한 연방 거버넌스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는 패러독스다. 집중형 거버넌스는 경직화되고 분산형 거버넌스는 비효율적이다.
이해당사자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 통제하는 집중형 거버넌스는 필연적으로 경직된다. 변화에 대한 무딘 반응 등 집중형 거버넌스의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반대로 분산형 거버넌스는 가두리양식장의 폐쇄성을 갖는다. 생산·소비·이동·교육·환경·제도·안전 등 사회요소별로 독립적 거버넌스 구조에서는 분야별 시너지가 사라지고 시민들의 삶에 최적화된 제도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 정부부처들은 이렇게 거버넌스 패러독스에 함몰돼 가고 있다.
여기에 행정자치 계층과 지역별 편차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불신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확대하면 비효율이 증대되고 중앙정부가 확대되면 자율과 혁신이 저해된다. 그렇다면 집중과 분산의 패러독스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불행히도 오프라인 현실에서는 집중과 분산에 대한 제3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250년 산업혁명 역사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 문제다. 그런데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현실에서의 분산과 가상에서의 통합으로 거버넌스 패러독스 극복이 가능해진다. O2O융합의 느슨한 연방형태인 거버넌스를 제안하는 이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통·안전·환경·건강·산업 등 개별적인 사회 서비스들을 하나로 묶어 최적화하려는 시도는 무거워지고 경직된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업가정신 교육사업들의 경우 중복되는 많은 마이크로 사업들이 있다. 결과적으로 자원은 낭비되고 개별 서비스는 무거워진다. 그런데 가장 우수한 마이크로 서비스들을 교육부와 중기부가 공유하면 이러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개별적으로 자율과 경쟁의 원칙 하에 마이크로 서비스를 최적화하도록 하고 필요에 따라 이들 서비스를 공유하고 소통하자는 것이 느슨한 연방구조다. 이로써 오프라인 현실의 집중과 분산의 거버넌스 패러독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현실에서는 교류와 공유의 고비용 구조로 느슨한 연방 구현이 불가능에 가까우나 가상의 클라우드에서는 실시간으로 교류와 공유의 한계비용 제로화로 느슨한 연방화가 가능해진다.
이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거버넌스의 길이 열리고 있다. 클라우드에서 표준화된 소통방식이 확립돼 데이터를 공유하면 온라인 세계에서 개별 서비스들은 느슨한 연방구조가 된다. 즉 국가 서비스를 최소한의 단위인 마이크로 서비스로 분할하자. 그리고 필요에 따라 마이크로 서비스들이 융합된 매크로 서비스가 구현되게 하자. 이러한 매크로 서비스는 온디맨드(on demand)로 시민의 필요에 따라 만들고 없앨 수 있다. 교통과 환경과 안전이 통합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각각의 마이크로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연결하면 된다. 최소단위로 분할되고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마이크로 서비스들의 느슨한 연방구조가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거버넌스 구조다. 바로 서비스 가상화다.
이러한 연방구조는 클라우드 기술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미 구현돼 있다. 초기 정보기술(IT) 서비스는 큰 덩어리(monolithic) 서비스 형태였다.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를 최소단위로 나누고 공유하는 클라우드라는 가상화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는 마이크로 서비스들의 연방체로 진화하게 됐다.
마이크로 서비스들은 도시의 개별적 요소들을 서비스하는 모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서비스는 환경오염 측정, 한 서비스는 도시교통 체계, 다른 하나는 에너지 소비라고 가정해보자. 이들을 조합하면 교통운영 체계에 따른 도시의 환경오염 정보가 에너지 소모와 함께 스마트폰에 표출될 수 있다. 다양한 마이크로 서비스들을 통합하는 오케스트라식 지휘로 느슨한 연방을 완결하면 된다. 분할되고 융합되는 느슨한 연방구조가 4차 산업혁명의 거버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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