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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국민이 참여하는 법령심사

조용호 법제처 법령정비과장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학문과 원리가 있다. 그런데 굳이 법이 국가를 움직이는 원리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법은 공포될 뿐 애써 설명하려 들지 않는데 말이다. 최저임금법은 설명 없이 중증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배제한다. 병리학자와 이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다. 누구나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어떤 유전적 변이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 어떤 유전적 변이는 중증장애를 가져온다. 중증장애인이 된 것은 당사자의 책임이 아니라 우연인데 법에 따르면 이들을 돌보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경제학이라면 임금은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므로 조목조목 반박할 듯하다. 인간을 영적 존재로 보는 신학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해 지지할까.

법이 국가작용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은 법이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법체계는 다양한 의견이 경연과정을 거쳐 국회에서 제정된 1,500여개의 법률이 근간을 이룬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본을 이룬다. 그런데 국법체계에는 법률 외에도 행정부에서 제정되는 대통령령과 총리령·부령도 있다. 이런 하위법령의 입법에도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제처는 법령심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정부입법 총괄기관이다. 그동안 법제관의 전유물이었던 법령심사에 올해 국민참여심사제가 본격 도입됐다. 얼마 전 공포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그 예다. 개발부담금은 개발행위 종료 시점의 ‘표준지의 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업자의 검증을 거쳐 산정하는데 법률에서는 검증을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대통령령 심사과정에서 ‘최근 5년 내 개발부담금을 부과한 유사사례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감정평가사이자 토지공법 전문가가 심사에 참여했는데 예외 인정에 반대했다. 그 이유는 최근 5년 이내 유사사례가 발생한 토지는 표준지로 지정될 확률이 희박한데 원안대로 유사사례를 이유로 검증을 생략하면 개발부담금 납부의무자가 적절하게 검증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전문가의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국민참여심사제를 통해 행정부에서 만들어지는 법령이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국가작용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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