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역사의 국내 대표적 항공권 판매 전문 업체인 탑항공의 폐업으로 이 여행사를 통한 구매 항공권의 환불 가능 여부에 대한 우려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탑항공은 자사 홈페이지에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로 이달 1일 자로 폐업을 결정했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지난 1982년 설립된 탑항공은 2000년대 중반까지 ‘항공권 도소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렸다. 공동구매를 할 경우 가격을 대폭 할인해주는 ‘박리다매’ 전략이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과 만나면서 십수 년 동안 항공권 판매 순위 5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최근 BSP(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 발권을 부도 처리한 후 제3자 대행구입 형태인 ATR 발권 영업을 지속했으나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돌연한 탑항공의 폐업으로 항공권 구매 고객들의 우려가 크다. 일단 탑항공을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뒤 이미 e-티켓이 발권된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다. 이 경우 환불이나 일정 변경이 필요하다면 항공사에 직접 요청을 하면 된다. 반면 아직 항공권이 발권되지 않은 고객이라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환불이 필요한 고객은 서둘러 한국여행업협회에 구제 신청을 하고 협회가 운영하는 여행불편처리센터에 피해를 접수해야 한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조만간 구체적인 피해 구제 절차와 방법 등을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피해 상황을 2개월 간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탑항공은 10억원 짜리 영업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피해액 합계가 10억원 이내라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금액을 초과하면 일부만 돌려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탑항공에서 일본 항공권을 구매한 A씨는 “65만 정도의 비용을 냈는데 현재로서는 환불은커녕 회사가 문을 닫아 문의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탑항공이 폐업 결정하기 이전에도 여행업계에서는 경영난에 처한 중소 여행사들의 폐업이 줄을 이어왔다. 2016년에 설립된 여행사인 ‘더좋은여행’도 최근 대내외적인 경영악화로 법인파산을 신청했으며 지난해 11월 출범한 ‘e온누리여행사’도 경영악화로 폐업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여행사의 공세와 자유 여행을 추구하는 젊은 관광객들의 성향 등이 맞물리면서 소규모 여행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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