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서울 핵심 상권도 휘청거리고 있다. 강남 논현역 상권의 경우 공실률(중대형 상가 기준)이 3개월 만에 두 배가량 상승했다. 강남 지역 상권 임대료도 1년 만에 1.8%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상권 공실률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가 넘는 중대형 상가 기준으로 공실률이 지난 2017년 2·4분기 6.9%에서 올 2·4분기 7.4%로 상승했다.
공실률 증가는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대형 상가 기준으로 2018년 1·4분기와 2·4분기를 비교하면 논현역은 공실률이 7.9%에서 18.4%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대문도 10.9%에서 13.9%, 종로도 2.0%에서 2.8%, 신사역은 7.8%에서 9.5%로 늘어났다. 또 신촌지역도 빈 상가가 5.2%에서 6.8%로 많아졌고 건대입구와 혜화동 등도 빈 상가가 크게 늘고 있는 상태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며 “단기간 임대료를 조정해 팝업 스토어가 들어오지만 이제 오래 버티는 상점은 드물다”고 전했다.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상가 임대료도 내리막길이다. 2017년 2·4분기부터 2018년 2·4분기까지 지난 1년간 강남지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1㎡당 평균 7만6,900원에서 7만5,500원으로 1.8% 감소했다. 2017년 한국감정원이 상권 표본을 수집한 이후 줄곧 하락 추세다. 서울시 전체도 1㎡당 평균 임대료가 5만9,200원에서 5만8,600원으로 1년 만에 1%가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가격지수는 38곳 중 9곳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강남 도산대로 상권이 -1.46%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동대문(-0.79%), 청담(-0.70%), 혜화동(-0.46%), 홍대합정(-0.35%) 등 과거 내로라하는 상권들에서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뿐 아니라 임대인도 경기침체와 최저임금의 여파를 겪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대법원경매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원경매 상가 물건이 늘고 있다. 2011년 상가 경매 건수는 4,346건에 달했다. 이후 2016년 1,285건으로 감소하다가 2017년에는 반등해 1,344건의 상가가 경매에 나왔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783건이 법원경매 물건으로 나온 상태다. 연간 기준으로 전년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상가 경매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투자를 했다가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저조해 실패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자영업 대기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에 실제 자영업의 위기는 표면적인 공실률보다 더 극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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