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남녀 임금격차는 유럽연합(EU) 국가들 중 하위권으로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주요 원인입니다. 독일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함께 독일식 유연근무제도인 ‘파트타임다리법’을 도입해 워킹맘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울 예정입니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노총(DGB)에서 가족정책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질케 라프 선임연구원과 하이케 레만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독일 정부는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이 여성들의 경력단절이라는 데 주목해 양육·보육비 등 경제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이로 인한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레만 연구원은 “정부에서 출산 부부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전 임금의 67%에 해당하는 육아지원금을 최대 14개월까지 지원하는 ‘부모지원금’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다”며 “하지만 독일의 남녀 임금격차는 10년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경제적 지원 외에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육아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유연근무제 시범모델까지 운영됐지만 사내 분위기상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 실효성이 낮았다. 라프 연구원은 “정부 부처나 공기업에서 10주간 근무시간을 하루 1시간씩 주 5시간을 줄이거나 6일간 연가를 추가하는 두 가지 유연근무제 모델을 도입했는데 대부분 6일 추가 연가를 선택했다”며 “유연근무제로 1시간 일찍 퇴근한다고 상부에 보고해도 당일 업무량에 따라 추가 근무를 할 수 있어 실제 유연근무제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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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입법 과정에 있는 파트타임다리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더욱 보장한 유연근무제로, 이르면 올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직원 수 15인 이상인 기업의 경우 근로자의 근로시간 감축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일제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출산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파트타임 근무로 전환 요청을 할 수 있고 이후 파트타임에서 풀타임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회사에서 반드시 해당 근로자가 정상 근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프 연구원은 “이 법안은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성 근로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여성 동료들의 경력단절 상황을 보고 이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데 이 같은 유연근무제가 잘 정착된다면 남녀 근로자 모두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력단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여성이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여성 근로자가 많아지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레만 연구원은 “남녀 교육격차는 줄었지만 경제격차는 제자리”라며 “기회균등을 통해 공정경쟁의 시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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