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헤이그에 본부를 둔 유엔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비롯해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반도핑기구(WADA), 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등에 광범위하게 해킹을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 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 요원들에게 기소·추방 조처를 내렸다.
미 법무부는 이날 OPCW 등에 사이버공격을 시도한 혐의로 GRU 소속 러시아 요원 7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3명은 지난 7월 로버트 뮬러 미 특별검사가 수사 중인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의혹과 관련해서도 기소된 바 있다. 법무부는 해킹 외에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금융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차관보는 “러시아 같은 국가들이 악의적인 사이버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요원들은) 민감한 정보를 빼돌릴 목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에 정교하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도 OPCW에 사이버공격을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인 4명을 추방했다. 앙크 베일레벌트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 4월 러시아 GRU 소속 요원 4명이 OPCW 해킹을 시도했으나 네덜란드 군 정보당국이 이를 저지하고 이들을 체포해 추방했다고 밝혔다. 해킹이 시도될 당시 OPCW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독살기도 사건 때 사용된 신경안정제와 시리아 두마에서 사용된 화학무기 성분을 분석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꾸며낸 사악한 음모의 혼합체”라고 반박해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독살기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되자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무더기로 추방했고 러시아도 이에 맞서 보복 추방에 나섬으로써 첨예한 외교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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