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줄근한 출근길, 최백호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후배의 소개로 발매된 지 5년이 지난 뒤에야 처음 듣게 된 ‘부산에 가면’은 일흔을 바라보는 가객이 뿜어내는 절제된 비브라토가 압권이다. 테크닉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의 건조하지만 깊이 있는 발성은 노랫말 속 옛 기억을 향한 은유를 배가시키고 감정의 편린을 더 뚜렷하게 한다
스무 살의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노래로 만든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백호의 음악은 40여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되고 묵직하다.
최백호는 아득히 잊고 지냈던 로드 맥컨(Rod McKuen)을 떠올리게 했다.
193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Oakland)에서 태어난 로드 맥컨은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한국 전쟁 당시 포항에서 종군기자로 근무하며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시집 한 권이 100만장 이상 팔리고 11개 국어로 번역될 정도로 1960년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시인으로 명성을 떨친 그는 매혹적인 보이스 컬러와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낭만적인 사운드로 올드팝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 즈음이면 국내 라디오에서도 심심치 않게 리퀘스트가 올라오곤 한다. 특히 직접 작곡한 깊고 아름다운 노래들은 여러 가수에 의해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유려한 스트링 세션과 감미로운 보이스가 인상적으로 어우러진 비틀즈의 고전 ‘Something’ 등 리메이크 명곡들이 포진돼있는 명반 ‘Pastorale’를 추천한다.
/박문홍기자 ppmmhh6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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