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토요일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대학원 여자동문회원들은 여독으로 피곤해 하기보다는 오히려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동문회 차원에서의 첫 해외 의료봉사활동인데다 활동을 펼치게 될 캄보디아 크라체 지역도 모두 초행길이었기 때문.
지난해 크라체 지역에 타피오카 공장을 준공한 신송산업이 모든 비용을 후원키로 하면서 봉사활동에 탄력을 받았지만, 현지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료 서비스에 만족할지 등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신송 캄보디아 의료봉사단’은 프놈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의료 봉사활동 장소인 크라체 병원(Kratie Provincial Referral Hospital)로 이동했다. 첫째 날은 한국에서 가져 온 치과장비와 현지에서 구입한 장비를 세팅했다. 신송산업이 석션장비 2대, 엑스레이 검출 현상장비, 환자진료용 의자 2대 등을 직접 구입해줬다. 이 뿐만 아니라 진료시약도 모두 완비됐다.
이튿날 의료봉사단을 찾은 크라체 주민은 모두 82명. 현지 의료상황이 열악하다보다 주민 치아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현지 치과병원에는 발치 환자가 거의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나마 제때 발치하지 않아 손상된 치아가 너무 많았다. 준비된 장비를 이용해 할 수 있는 발치, 스케일링, 염증치료, 라미네이트, 미백 등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했다. 긴장하기는 크라체 주민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정에 밝은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의사들이 무료 치과 진료를 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진료 첫날부터 주민들이 줄이 점점 더 길어졌다. 5명의 의사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식사는 물론, 화장실에 갈 시간도 부족했다. 어느새 봉사단의 긴장감은 열정으로 바뀌었고 부족한 일손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진료 둘째 날에는 전일 만났던 주민도 눈에 띄었다. 추가 진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길게 늘어선 줄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찾은 것. 다시 찾은 주민들과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새하얀 치아를 되찾은 한 주민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현지 관심도 뜨거웠다. 크라체 주정부 관계자가 병원을 찾아 주민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현지 언론도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였다. 신송산업이 지난해 11월 크라체 지역에 연간 5만7600톤의 타피오카 전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한 덕인지 한국에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 제한된 시간임에도 오전 11시까지 주민 30여명이 병원을 찾았다. 손이 바빠진 봉사단원들 표정에 더 많은 주민을 돌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봉사단에 참여한 한 의사는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와트가 떠오르는데 밀려드는 주민들을 진료하다보니 여기가 캄보디아인지도 잊었다”며 “이곳 의료서비스가 충분치 못하다는 얘기를 사전에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상황이 더 심각했고 이와 비례해 보람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는 “캄보디아 풍경조차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고 몸도 피곤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며 “일정 때문에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동문회원도 다음에는 꼭 참여하라고 전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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