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장학, 건축 등의 목적으로 기금을 축적하기만 하고 학생을 지원하거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실제로 돈을 쓰지 않은 대학이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제출받은 각 대학 적립금 적립·인출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구기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대학은 산업대 포함 총 36곳이다. 건축기금을 아예 쓰지 않은 학교는 18곳, 장학기금을 쌓아두기만 한 곳은 14곳에 달한다.
수원대는 2013~2017년 286억여원의 기금을 더 적립했다. 그러나 연구·건축·장학기금 모두 사용한 내역이 없다. 수원대는 최근 “학교재정이 양호한데,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학생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등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홍익대도 2013∼2017년 기금 적립액수가 1,289억여원으로 가장 많지만 지출에는 인색했다. 연구기금은 단 1원도 안 썼고 장학기금은 누적 금액의 2.6%, 건축기금은 12%만 사용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이 830만원으로 사립대 평균보다 높은데 학생 과반이 가장 큰 학내 문제로 ‘열악한 시설·공간’을 꼽을 정도로 투자가 없다”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립금 사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5년간 기금 적립액수는 홍익대에 이어 고려대 1,123억여원, 을지대 922억여원, 연세대 899억여원, 성균관대 538억여원 순이다.
김현아 의원은 “대학들이 학교시설을 신축·보수하고 장학금이나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적립금을 써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학교법인의 쌈짓돈을 불리는 데 쓰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교육부가 적절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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