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이달 1일부터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운영에 들어가면서, ‘수술실 CCTV’를 놓고 환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인권침해 방지 등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과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도 내 수술실 CCTV 설치는 지난 5월 부산에서 의사 대신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환자의 어깨 부위를 수술했다가 환자가 뇌사에 빠진 사건이 강력한 계기가 됐다. 이전에도 환자가 마취로 의식이 없는 가운데 벌어지는 수술실 안 생일파티, 성추행 등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CCTV 설치 주장이 제기됐지만, 실제 운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성병원은 환자 동의 시에만 수술실 CCTV를 촬영·녹화하고, 영상은 의료분쟁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공개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녹화 장면은 일정 기간 후 영구 폐기한다.
우선 환자·소비자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수술실은 환자의 의식이 없고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어서 유령수술(대리수술), 성범죄 등 불법행위가 벌어지더라도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술실 CCTV 설치가 불법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C&I 소비자연구소는 공동 논평을 통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의 수술실 CCTV 설치 결정을 환영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등 수술실 내 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관련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하루빨리 취하라”고 촉구했다.
환자와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경기도와 안성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 결과 응답자의 91%가 ‘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 운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안성병원 전체 수술환자 16명(부분마취 15건, 전신마취 1건) 중 56%인 9명이 수술실 CCTV 녹화에 동의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운영이 반인권적 행위인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불법적인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해 진료가 위축되고,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감시하는 게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정책을 만드는 정부기관, 공공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먼저 CCTV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수술실 CCTV 설치를 주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반박 입장을 내놨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수술실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사건 등 밀폐공간에서의 환자 인권침해가 잇따르면서 국민의 걱정이 크다”면서 “어린이집이나 골목길 CCTV가 선생님·원장님이나 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님에도 수술실 CCTV가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경기도는 오는 12일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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